작년 미국 판매량 7만5003대 … 글로벌 32.7% 차지대부분 울산 공장 제조품 … GV70만 미국 공장 생산 생산라인 이전시 노조 승인 받아야 … 반발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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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관세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관세 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국 생산 모델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와 관련해 노조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7만5003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미국 시장 내 성장이 두드러졌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22만9532대가 팔렸는데, 이 중 미국 시장의 판매 비중은 32.7%를 차지해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했다.

    앞서 지난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는 2020년 이후부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에 힘입어 라인업을 확대한 결과, '고급차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다만 순항하던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는 올해부터 '트럼프 관세'라는 중대한 변수를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시장 판매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GV70을 제외한 모든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세단 모델인 G70, G80, G90과 함께 SUV 모델인 GV60, GV70, GV80을 판매한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GV70을 제외한 모든 모델을 국내 울산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관세 부과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네시스가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등과의 경쟁이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렉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34만여 대 중 약 5만 대를 미국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응책으로는 미국 내 생산 물량·차종 확대가 거론된다. 결국 제네시스가 미국 관세 피해를 줄이려면 GV70뿐 아니라 GV80 등 미국에서 인기 높은 모델의 현지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네시스 측은 미국 내 생산 모델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어떤 모델을 얼마나 생산할지는 확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의 더 많은 모델과 물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려면 국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999년 체결한 단체협약에 '해외 공장으로의 차종 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 공장 생산계획 확정 시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라는 조항을 포함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고용이 줄어든다는 이유 등으로 인기 차종의 해외 생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제네시스 일부 차종의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인 GV80이라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라면서도 "이와 관련해 노조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최대 15% 환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 제네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그 기록을 상무부에 제출하면 자동차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크레딧'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연 100만 대 이상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수혜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제네시스와 같은 프리미엄 라인을 미국으로 옮길 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