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증가에 상품·본원소득 호조, 여행수지 적자 폭 축소"美 관세 타격, 폭풍 전야" … "4월부터 대외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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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한국의 경상수지가 2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91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반등과 배당소득이 확대된 데다 서비스수지 적자폭까지 줄어들며 전반적인 수지가 개선됐다. 

    하지만 4월부터 미국의 관세 정책 발효 등 대외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등 경상수지 개선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3월 경상수지 흑자는 전월(71억8000만 달러)과 전년 동월(69억9000만 달러) 대비 모두 증가한 9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IT 수출 회복에 상품수지 흑자 확대, 여행수지 적자↓ 서비스수지 개선

    3월 상품수지 흑자는 전월보다 소폭 확대된 8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월 수출은 593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했다. 반도체(11.6%)와 정보통신기기 등 전기‧전자제품(10.3%)이 수출을 견인했으며, 승용차(2.0%)와 의약품(17.6%) 등 비IT(정보기술) 품목도 힘을 보탰다.

    지역별로는 동남아(11.0%) 미국(2.3%) 유럽연합(9.8%) 등이 증가했고, 중국(-4.2%)은 감소했다.

    수입은 508억2000만 달러로 2.3% 증가해 84억9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원자재 수입은 여전히 감소세(-7.5%)였지만, 반도체 제조장비(85.1%) 등 자본재와 승용차(8.8%) 중심의 소비재 수입 증가가 전체 수입 증가를 이끌었다.

    본원소득수지는 32억3000만 달러 흑자로, 배당소득 증가에 힘입어 전월(26억2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특히 해외 직접투자 배당 수입이 26억 달러 증가하며 본원소득 흑자를 견인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22억1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0억 달러가량 개선됐다. 특히 여행수지는 14억5000만 달러 적자에서 7억2000만 달러 적자로 절반 가까이 개선됐다. 이는 겨울방학 해외여행 수요가 종료되고 봄철 외국인 국내 여행 성수기 진입 효과로 해석된다.

    운송수지도 항공·해운 물동량 증가에 따라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2억6000만 달러). 그러나 기타사업서비스(-11.0억 달러)와 지식재산권 사용료(-6.3억 달러)는 여전히 적자 폭이 컸다.

    금융계정에서는 78억2000만 달러 순자산이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가 활발하게 이어졌고,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도 증가했다. 다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은 8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투자소득 증가가 경상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다만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수지흐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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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부터 관세 리스크 커져 … 먹구름 드리운 對美 통상 환경

    3월 경상수지는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4월 이후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한국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수출은 반도체 중심 회복세가 긍정적이나, 중국 수출 감소세와 에너지 수입 의존 구조는 여전히 부담이다. 서비스수지 개선 흐름도 구조적 흑자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본원소득수지 개선은 해외투자 성과의 반영이나 외부 변동성(환율, 글로벌 배당정책 등)에 취약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또 미국은 오는 7월부터 중국, 한국, 일본 등을 겨냥한 보복성 관세 조치를 발효할 예정이며, 이 중 일부는 4월부터 사전 적용돼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무역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 흑자 흐름이 유지됐다고 안심하긴 이르다"며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수요 둔화, 유가 반등 등 변수에 따라 하반기 경상수지 전망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