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경영전략회의 앞두고 SKT 사태 터져그룹 안팎 긴장감 … 수습·운영개선 총력계열사 재편 변곡점 … SK 경영철학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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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SK그룹의 주요 연례회의인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경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사업 구조재편이 시급한 가운데, SK텔레콤(SKT) 사태로 신뢰 회복과 보안 투자 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 달 말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5년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같이 1박 2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계열사들의 상반기 경영 현황을 중간 점검하고 방향성을 정하는 성격을 갖는다. 지난해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하며 확대경영회의의 명칭을 10년 만에 경영전략회의로 바꾸고, 일정도 1박 2일로 늘리는 등 성격에 변화를 줬다. 

    SK그룹 경영진들이 모여 연례 경영전략회의를 여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최근 그룹 안팎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 만큼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과 무게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지난해 SK그룹의 경영전략회의를 살펴보면 상당수 그룹이 추진 중인 리밸런싱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질개선을 이루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골자다.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8월 이천포럼에서는 AI전략과 SKMS 실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10월 CEO세미나에서도 그간의 성과 점검과 함께 리밸런싱 및 운영개선(OI) 속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AI 등을 활용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올해 경영전략회의도 리밸런싱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SK그룹은 올해 들어서도 주요 계열사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해왔다. SK스페셜티, SK넥실리스 박막 사업, SK오션플랜트, SK실트론, 서울공항리무진 등 매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SKT의 가입자식별장치(USIM·유심) 정보 유출사고로 그룹이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OI보다는 보안 강화와 신뢰 회복, SKMS 정신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SKT는 지난달 18일 발생한 해킹사고의 여파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재 가입자의 피해보상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위약금 면제가 현실화되는 경우 리밸런싱 작업 전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달 7일 열린 SKT의 일일 브리핑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번 사건은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보안 문제를 그룹 경영 전략의 핵심 어젠다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최근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에서 정보보호 혁신위원회 방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그룹사 보안 체계에 대한 점검과 투자 규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제고 및 소비자 신뢰회복과 관련해 SKMS(SK Management System)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MS는 SK 그룹 고유의 경영철학이자 그룹 경영의 근간 이념으로,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다.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고객·구성원·주주에 대한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경제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하며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SKMS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번 SKT발 위기와 관련해서도 SKMS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SKMS 정신 회복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등 위기 돌파구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