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42.4% 급감 … 3위 → 5위아우디 회복세에도 판매량 30% 안팎 감소스테디셀러 판매량 저조 … 신차 효과 미미
  • ▲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 ⓒ폭스바겐코리아
    ▲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이른바 '독일 완성차 3사'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1~4월 누적 판매량은 각각 2만5322대, 2만123대로, 각각 판매량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했을 때 각각 11.5%, 15.6%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벤츠와 BMW가 각각 국내에서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폭스바겐그룹은 주력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합해도 판매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국내 누적 등록 대수는 4279대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국내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인 BMW 등록 대수의 16.9% 수준이다.

    올해의 경우 최근 수년간 부진했던 아우디가 절치부심하며 판매량을 조금씩 늘리는 중이지만, 본진인 폭스바겐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은 올해 들어 4월까지 총 1433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년 대비 29.4% 줄었다.

    폭스바겐은 특히 스테디셀러 모델인 '티구안', '골프' 등의 모델이 판매가 줄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자동차 시장 분석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매달 평균 154대가량 팔리던 티구안은 올해 들어 ▲1월 31대 ▲2월 18대 ▲3월 17대 ▲4월 5대 판매되는 데 그치면서 극심한 부진을 기록하고 있다.
  • ▲ 폭스바겐 신형 골프 ⓒ폭스바겐코리아
    ▲ 폭스바겐 신형 골프 ⓒ폭스바겐코리아
    지난해 매달 평균 100대 이상씩 판매되던 해치백 모델인 골프도 올해는 평균 70대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연초보단 연말에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3월 8세대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은 것을 고려했을 때 뚜렷한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폭스바겐그룹의 부진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코리아(폭스바겐·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의 매출은 1조11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4%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감소했다. 

    이에 지난 2023년 매출 3위를 기록했던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지난해 테슬라코리아, 포르쉐코리아에 각각 3위,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밀려났다.

    브랜드별로 봤을 때 폭스바겐이 3372억 원, 아우디가 5042억 원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3.3%, 55.6% 줄었다. 벤틀리 역시 매출이 55.3% 하락했으며, 람보르기니만 유일하게 25.4% 증가했다. 

    업계에선 폭스바겐그룹이 포트폴리오 개편과 전동화 전략 전환 과정에서 실적 부진을 겪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동화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전기차 판매 둔화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글로벌 차원에서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나, 타사 대비 다소 늦은 감이 있다"라며 "추락한 명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선 신차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독일 폭스바겐그룹 본사의 위기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폭스바겐그룹 본사는 최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아우디 노사는 2029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직원 약 8%를 감원한다고 합의했으며,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독일 직원 12만 명 중 3만5000명을 줄이고 공장 두 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용등급도 망가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3월 폭스바겐그룹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무디스가 폭스바겐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지난 2015년 '디젤 게이트' 파동 이후 10년 만이다.

    무디스는 ▲무역 긴장 고조 ▲전기차 전환에 따른 구조적 도전 ▲중국 내 치열한 경쟁 ▲소프트웨어 투자 리스크 등 네 가지를 강등 이유로 꼽으며 "실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