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회장 "반목보다 시너지" … 장남·장녀 놓고 갈등 조율 시도콜마홀딩스 "경영 판단 기준은 혈연 아닌 주주가치" 강경 입장콜마비앤에이치 실적·주가 하락 장녀 경영 실패 지목 … 대표 교체 수순 밟을까
  • ▲ (좌로부터)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 (좌로부터)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콜마그룹 오너 2세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를 둘러싼 이른바 '남매의 난'이 본격화되고 있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지주사 콜마홀딩스는 "혈연보다 주주가치가 우선"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 남매 간 갈등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를, 장녀 윤여원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를 각각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15일 콜마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두 사람 모두 콜마의 미래를 함께 이끌 리더"라며 "반목이 아닌 상호 인정과 시너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부회장이 기존 가족경영 철학과 승계 구조에 이견을 표한 것이지 갈등으로 볼 일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를 조율 과정으로 해석했다.

    같은 날 콜마홀딩스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윤 회장의 발언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콜마비앤에이치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윤 회장의 창립 기념식 발언을 언론에 배포했다는 주장이다.

    콜마홀딩스는 "윤 회장님의 말씀은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윤 대표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상장사의 경영 판단은 가족이 아닌 기업가치와 주주이익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며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여원 대표 체제에 대한 공개적 불신이자, 경영 교체 의미로 해석된다.

    콜마그룹은 그간 창업주 윤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승계를 조용히 진행해왔다. 화장품(한국콜마), 제약(HK이노엔), 건기식(콜마비앤에이치) 등 3개 축 중 화장품과 제약은 윤 부회장이, 건기식은 윤 대표가 각각 맡는 구도였다. 남매 간 뚜렷한 갈등 없이 승계가 이뤄져 왔다.
  • ▲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
    ▲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
    하지만 이 같은 균형이 깨진 건 최근이다. 콜마홀딩스는 이달 2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며 갈등의 전면화가 시작됐다. 이사회 개편을 통해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앉히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윤 대표에 대한 경영 평가와 함께 대표 교체 절차에 돌입한 셈이다.

    당시 콜마홀딩스는 "윤 대표의 경영 실패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경영 쇄신을 위한 이사회 개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적 절차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실적 부진이 있다.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1367억원, 영업이익은 62% 급감한 3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14억원으로 78.3%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에서 3%로 떨어졌다.

    주가도 부진하다. 2020년 한때 7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만4030원으로 80% 가까이 하락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윤 대표 체제를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콜마비앤에이치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며 턴어라운드 시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대표이사 교체 요구는 시기상조"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분쟁의 이면엔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있다고도 보고 있다. 달튼은 지난 3월12일 콜마홀딩스 주식 23만337주를 추가 매수하며 지분율을 5.01%에서 5.69%로 높였다.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

    달튼은 "글로벌 K뷰티 열풍에도 콜마그룹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과 함께 이사회에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를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콜마홀딩스는 지난 3월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수용했고 그 일환으로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주주로 44.63%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윤 대표의 개인 지분은 7.78%에 불과하다. 이사회 개편이 성사되면 대표 해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상징적 중재자로 나서긴 했지만 콜마홀딩스가 독자 노선을 선언한 만큼 가족 내 권력 균형이 깨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콜마홀딩스가 공개적으로 혈연보다 주주가치를 강조하며 윤 회장의 메시지에 사실상 반기를 든 만큼 콜마그룹의 기존 승계 구도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