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신용등급 'Aaa'→'Aa1' 하향美 국가부채 36.2조 달러 … GDP 대비 부채비율 123%장기간 재정적자에 코로나19 등으로 지출 늘어국채금리 ↑·주식 매력 ↓ '셀 아메리카' 가속화 韓 영향 불가피 … 일각선 "이미 예상돼 영향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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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디스.ⓒ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주식·채권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국채 등 미국 자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금융 시장의 변화는 한국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18일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뉴욕 금융시장 마감 후 낸 등급 변경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했다.무디스는 “정부 부채 비율과 이자지급 비율이 지난 10여년 간 유사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반영했다”면서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라고 등급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무디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미국 정부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나, 결국 신용도 하락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그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달러(약 5경740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23%다. 국가부채가 경제 규모의 1.2배가 넘는 것이다.미국 국가부채가 막대하게 불어난 것은 연방정부가 장기간 재정 적자를 낸 탓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해왔다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재정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2019~2021년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수입에 비해 씀씀이가 커지면서 재정적자 규모를 더욱 키웠다. 실제 2024 회계연도 한 해 재정적자만 1조8300억달러로 집계됐다.무디스는 현재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예산안이 지출과 적자를 다년간 실질적으로 감축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또한 앞으로도 미국의 재정 상황이 과거 대비, 그리고 다른 높은 신용등급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시장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소식에 당장 채권과 주식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의 위험성을 그만큼 더 높게 보게 되고, 이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 국채값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국채 시장이 문을 닫기까지 15분 여 동안 미국 10년 물 국채 금리는 4bp(1bp=0.01%포인트) 급등한 4.484%까지 치솟았다.주식 시장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일명 ‘셀 아메리카(미국을 팔아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의 맥스 고크먼 투자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다른 안전 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함에 따라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이는 국채 수익률 곡선의 위험한 베어스티프닝을 초래하고, 미국 주식의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존스 트레이딩의 수석 지장 전략가인 마이클 오루크도 “주식 시장에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잖다.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를 강화해 국내 주식 시장에 단기 하락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채권 시장도 약세가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미국 달러 및 국채 자산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러 약세를 야기해 환율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통상 원화는 달러보다 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다만 미국의 신용등급 조정은 이미 예상됐던 것인 만큼 국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피치와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상황에서, 무디스의 결정은 후행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