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스텔란티스·닛산 신용등급 줄하향車 관세 여파에 구조조정까지 겹악재에 '패닉'현대차 신용등급 '든든' … 공급망 다변화 효과美 공장 가동률 100% 상회 … 타격 최소화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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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서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주 주지사가 보는 가운데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여파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단기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폭스바겐·닛산·스텔란티스 등은 각각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상대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신용평가사는 올해 들어 폭스바겐, 닛산, 스텔란티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이 중 일본의 닛산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수준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닛산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이에 앞서 S&P 글로벌도 지난 3월 닛산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무디스도 기존 Baa3에서 Ba1로 하향했다.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닛산의 차량 포트폴리오 노후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강등 사유로 꼽았다. 특히 회사의 최근 수익성과 현금 흐름 등을 고려하면 시장 경쟁 심화, 투자 부담에 관세 충격까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신용평가사들은 또한 중국에서의 판매 둔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관세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실제 닛산은 재무건전성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닛산의 자동차 부문 순 현금은 지난해 3월 말 1조5000억 엔 이상에서 연말 1조2000억 엔 이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6708억엔(약 6조4600억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닛산은 현재 전 세계 공장 17곳을 10곳으로 줄이고 오는 2028년 3월까지 전체 직원의 15%인 2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직종별 인력 구조조정 인원은 생산직 1만3000명, 사무직 3600명, 연구직 3400명으로 정했다.미국 '빅3' 완성차 중 하나로 꼽히는 스텔란티스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피치는 지난달 스텔란티스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스텔란티스 역시 북미 지역의 시장 상황 악화와 자동차 부문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압박 증가가 반영됐다. 스텔란티스는 이와 관련한 단기적인 충격과 생산량의 잠재적 감소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스텔란티스는 특히 미국 매출의 약 40%를 해외에서 제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시행과 관련된 불확실성에 불가피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폭스바겐도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됐다. 무디스가 폭스바겐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지난 2015년 이른바 '디젤 게이트' 이후 10년 만이다.무디스는 무역 긴장으로 폭스바겐의 판매량 성장은 낮고 가격 압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기차 전환에 따른 구조적 도전, 중국 내 치열한 경쟁, 소프트웨어 투자 리스크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반면 현대차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올해 신용등급 평가 조정을 받지 않았다. S&P·피치 등으로부터 지난해 받은 신용등급 A-를 유지 중이다.현대차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보다 덜한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피치 측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한 신공장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관세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는 약 3개월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당장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실제 현대차는 미국 관세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북미 지역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의 올해 1분기 미국 공장 가동률은 102.8%로 100% 이상을 웃돌았다.현대차는 올해 1분기 HMMA 공장에서 9만600대를 생산했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선 1만4716대를 생산했다. 두 공장을 합한 생산량은 총 10만5316대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수준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 부과 전인 1분기에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한 전략으로 해석된다"라며 "대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현대차는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