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6.4조 대규모 적자 … 공장 폐쇄 및 구조조정혼다·미쓰비시, 투자 축소·철회 … 마쓰다도 감원하이브리드 인기에 토요타만 버텨 … 현대차 기회될까
  • ▲ 도쿄 오토살롱에서 신년 인사를 하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토요타
    ▲ 도쿄 오토살롱에서 신년 인사를 하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토요타
    일본 완성차 시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관세 폭탄으로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타격을 입으면서 투자 축소, 공장 폐쇄, 대규모 구조조정 진행 등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 모습이다. 토요타 역시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방침을 밝혔다. 혼다는 당초 2031년 3월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10조 엔(약 96조 원)을 투자하려 했지만, 기존 계획보다 30% 적은 7조 엔(약 67조 원)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는 혼다가 캐나다에 새로운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한 1조5000억 엔 투자 계획을 당초 예정된 2028년에서 2년 이상 연기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는 기자회견에서 "북미·유럽의 느린 전기차 성장과 자동차 부문의 환경 규제를 완화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이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라며 "캐나다 공장의 경우 2년 안에 확실히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고,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다는 이와 더불어 2030년 판매 자동차 중 전기차 점유율 목표를 기존 30%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혼다는 앞서 지난해 5월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전체 판매량의 40%로 설정했다가 9월에는 30%로 낮춘 바 있는데, 해당 목표를 재차 하향한 것이다.

    혼다는 이에 대신해 하이브리드 신차 13종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출시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하이브리드와 이륜차 부문에 집중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닛산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닛산은 올해 3월 결산 기준 6709억엔(약 6조4600억 원)가량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최근 2027년까지 전 세계 직원의 15%인 2만 명을 감축하고 17곳이던 공장을 10곳으로 줄이는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닛산은 일본에서 오는 7~8월 45세 이상 65세 미만, 근속 5년 이상의 사원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을 신청받을 예정이다. 닛산이 구조조정을 밝힌 건 2007년 이후 18년 만으로, 회사는 인원 감축 등을 통해 2026년도까지 인건비 등 고정비를 2500억 엔가량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마쓰다 또한 24년 만에 감원에 나선다. 마쓰다는 50세에서 61세 사이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500명의 자발적 퇴직자를 받게 됐다. 미국 내 생산량이 적은 마쓰다의 경우 미국의 관세 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쓰비시자동차 역시 전기차 투자 전략을 수정했다. 당초 프랑스 르노 전기차 자회사 암페어에 최대 2억 유로(약 3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 ▲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 ⓒ한국토요타
    ▲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 ⓒ한국토요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토요타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7.5% 상승한 271만5384대로 집계됐다. 관세 정책 등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도 판매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 같은 성과는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 세계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리우스·캠리·RAV4 등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품 공급업체들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미국, 유럽 등 대다수 지역에선 차량 출고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를 대체할 것이란 일부 경쟁 업체들의 예측과 달리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수해 왔다"라며 "그러한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토요타그룹은 지난 2023년 고객의 니즈에 따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 및 방향성을 공언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이에 기반해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대형 하이브리드 미니밴 알파드, 5세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9세대 캠리 하이브리드 등을 선보였다. 

    이에 힘입어 한국토요타는 1~4월 누적 기준 토요타 2966대, 렉서스 5230대 등 총 8196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약 10%의 증가율을 기록,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주행 환경에 맞춘 전동화 전략이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