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한기 앞두고 고수온에 어획량 감소 수입물가 상승·도축 마릿수 감소 영향과수화상병 확산 하며 과수농가 '촉각' 고물가 이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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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기후변화로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이 민생 물가를 덮치고 있다. 이상기후 여파로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안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농산물 생산량과 수산물 어획량이 줄어들고 상품성도 떨어지면서 수급이 어려워져 가격이 크게 뛰고 있는 것이다. 올해 0%대 저성장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고물가가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는 시간문제라는 경고도 나온다.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갔지만 가공식품과 축산물, 수산물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농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보다 낮았다. 반면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4.8%, 6.5% 오름세를 보이며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다. 특히 수산물 물가는 2023년 3월(7.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수산물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어획량 감소기인 어한기(5~6월)를 앞두고 있는데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에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어서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멸치, 고등어, 갈치 등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84만1000톤으로 전년보다 11.6% 급감했다. 1971년 76만400톤 이후 53년 만에 가장 적었다. 1980년대 151만톤, 2000년대 116년톤이던 어획량은 2020년 들어 93만톤까지 줄어들며 내리막이다.국가통계포털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대표적인 국민 생선인 고등어 가격은 지난달, 1년 전보다 11.6% 올랐다. 이어 갈치(6%), 조기(4.9%), 명태(4.6%), 오징어(3%) 상승했다. 수출 수요로 가격이 오름세인 김(25.5%)을 비롯해 새우(9.5%), 마른오징어(7.1%) 등 대다수 수산물이 상승폭을 키웠다.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25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을 통해 "전 지구의 표층 수온은 최근 57년간(1968~2024년) 0.74℃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 해역은 1.58℃ 상승해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고수온 특보는 역대 최장인 71일로 2020년 22일의 3배 이상이다.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다. 수입물가 상승과 도축 마릿수 감소, 사료비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100g에 평균 2486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6.8% 올랐다. 목심 가격은 100g에 2281원으로 1년 전 대비 4.4% 상승했다. 앞다리가격도 100g에 1436원으로 1년 전보다 5.9% 높아졌다.농산물값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흐름이고 과일나무가 검게 말라죽는 과수화상병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무 소매 가격은 1개당 2636원으로 전년 2143원보다 23% 올랐다. 같은 기간 상추(100g)와 양파(1kg)도 각각 8.2%, 13.7% 상승했다. 당근(1Kg)도 4.4% 높아졌다.최근에는 과수화상병이 일주일 사이 충북과 전북 지역에 번지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등 과수나무에 발생하는 세균성 병해로 잎, 줄기, 꽃, 열매 등이 불에 탄 듯 검게 그을린 증세를 보이다 고사한다.과수화상병은 한 번 발생하면 전체 과수원을 폐원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커 과수농가와 방제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는 충북 충주시·음성군, 강원 원주시, 전북 무주군 등 4개 시·군 5개 농가로 발생 면적은 2ha다.현재 저성장에 빠진 상황에서 물가가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든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2%대이지만 이미 오른 물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먹거리 가격 상승은 서민, 자영업자, 저임금 노동자 등의 체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