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1조원 규모 540MW 입찰 시작CATL "중국서 수입해도 가격 더 싸다"LG·삼성·SK, 수익성 있을지 고민 중
  • ▲ CATLⓒAP/뉴시스
    ▲ CATLⓒAP/뉴시스
    한국 정부가 1조원 규모의 ESS 프로젝트 입찰을 시작한 가운데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이 수주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한국에 생산 기반을 둔 K-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따져보니 K-배터리 3사가 크게 유리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540MW 규모의 배터리 ESS를 전국에 도입하겠다며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ESS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s)의 영문 약자로, 전기가 많이 생산될 때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공급해주는 일종의 대형 보조 배터리다. 태양광, 풍력 등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보조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540MW 프로젝트는 1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아이오닉5 약 40만대에 탑재될 수 있는 양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CATL 한국 지사장은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ESS를 한국으로 수입해와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 삼성SDI ESSⓒ삼성SDI
    ▲ 삼성SDI ESSⓒ삼성SDI
    이번 입찰의 관건은 가격, 원산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찰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할 예정인데, 가격이 60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나머지 40점 중 24점이 원산지다.

    통상적으로 중국산 ESS는 한국산 ESS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값싼 인건비와 전기료, 그리고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보조금 덕분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산 ESS의 가격은 kWh당 83.7달러 수준이다. 이는 시중 ESS 가격 140~15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의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CATL은 세계 1위 ESS 업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ESS 110GWh를 출하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36.5%를 차지했다. 전세계 ESS 3개 중 1개가 CATL 제품이라는 뜻이다.

    이는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이 8GWh, 삼성SDI가 10GWh, SK온이 0GWh를 출하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CATL의 저렴한 중국산 ESS와 경쟁하기 위해선 K-배터리 3사는 한국이나 중국 공장에서 ESS를 생산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공장을 지은 K-배터리 3사는 오히려 중국 CATL보다 지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 시 회사의 ESS 생산라인 대부분이 중국 남경에 집중돼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남경에서 생산한 ESS를 한국으로 수입할 경우 CATL의 중국산 ESS와 원산지에서 차별점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물론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의 전기차 배터리용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지만, 해당 라인은 테슬라의 4680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예약'돼있기 때문에 라인 전환을 사실상 어렵다.

    경쟁사에 비해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삼성SDI는 이미 올해 초 기준 생산 능력의 90%에 해당하는 ESS를 수주한 상태여서,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540MW에 달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같은 우려에 "울산 공장의 캐파를 밝힐 순 없지만 540MW 규모의 ESS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ESS 생산라인이 아직 없는 SK온은 이번 수주가 절실하다. 앞서 이석희 SK온 대표는 지난 3월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연내 ESS 사업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SK온은 미국에서 포드용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현대자동차용으로 전환해본 경험을 살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수주에 성공할 시 전기차 배터리용 라인을 ESS용으로 신속하게 전환해 물량에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온은 ESS 사업부를 CEO 지속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