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서울 사옥서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김병환 금융위원장 “기업 스스로 밸류업 가치 체화해야”밸류업 프로그램 성과 가시화 … 상장기업 153사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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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본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확산시키고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 완화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거래소는 지난 1년간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거래소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과 공시를 돕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고 기업의 노력이 투자와 연계될 수 있도록 밸류업지수·상장지수상품(ETP)을 개발·출시했다. 또 더 많은 상장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소통하고 공시 교육, 컨설팅 등도 지원했다.

    그 결과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정 이사장은 설명했다. 현재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153사(본공시 148사·예고공시 5사)로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49.4%에 달한다. 특히 공시기업들의 주가는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흐름을 나타냈으며 국내 증시도 글로벌 증시의 부진 속에서 견조한 움직임을 보였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미국 시장은 연초 이후 1.3% 하락했으며 일본과 대만도 각각 5.9%, 6.5% 내린 반면 한국은 10.2% 상승했다.

    또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사주 매입 규모는 1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배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자사주 소각도 13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3배 늘었고 최근 7년 중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표창을 수상한 기업들과 공시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의 노력 덕분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다”며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도 프로그램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며 밸류업 공시가 기업의 투자유치와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밸류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투자로 이어지는 자본시장 선순환과 한국 경제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기대와 바람”이라며 “거래소는 앞으로도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밸류업은 상장기업이 스스로 변화를 선도하고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시장 정책의 큰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이제 첫걸음을 시작한 만큼 성과가 체감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산타루시아운용(SLAM)의 플로리안 바이딩거 최고투자책임자(CIO) 인터뷰를 인용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바이딩거 CI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잘 짜여진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과 시장의 인식, 관행, 문화가 바뀌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더라도 기업 스스로 밸류업의 필요성과 가치를 체화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기업이 시장의 목소리를 먼저 생각하고 진정으로 스스로 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밸류업 우수기업 10사에 대한 표창 수상도 진행했다. ▲성장에 기반한 우수한 밸류업 성과를 거둔 HD현대일렉트릭 ▲자본비용(COE) 분석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시행한 KB금융은 ‘경제부총리상’을, ▲기업가치 제고 이행과 관련해 적극적 소통을 한 메리츠금융지주 ▲설비투자(CAPEX)를 비롯한 매출·수익성 향상을 지속한 삼양식품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를 병행한 KT&G는 ‘금융위원장상’, 우수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성과를 보인 ▲삼성화재 ▲신한지주 ▲현대글로비스 ▲KT ▲SK하이닉스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백서’도 발간했다. 해당 백서는 국내외 기관투자자(95인) 설문조사와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추진 경과와 상장기업 참여 현황, 공시내용, 시장동향을 종합 분석하고 공시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을 소개했고 경제부총리상을 수상한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경과와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1년간의 성과와 과제를 제언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일본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나오야 후지(Naoya Fuji) 노무라증권 투자전략가는 “일본은 정부와 동경증권거래소가 함께 기업지배구조개혁·시장구조 개편 등을 통해 증시 레벨업을 달성했다”며 “일부 기업은 형식적인 공시에 그치고 있지만, 많은 상장기업의 주주환원이 증가하는 등 시행 효과가 뚜렷하다”고 피력했다.

    대만증권거래소(TWSE)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인 파워업(Power-Up)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켈리 장(Kelly Chang) TWSE 부사장은 “‘TWSE는 지난해 6월부터 기업가치 제고, 신산업육성,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Capital Market Power-Up Program’을 도입했다”며 “이를 위해 ESG 공시 강화, 신산업기업의 기업공개(IPO) 확대, 영문공시 의무화 등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정착되고 우리 자본시장이 레벨업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긴 호흡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시행 2년차를 맞이해 중소 상장기업 등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컨설팅 등 지원을 확대하고 밸류업 기업에 대한 투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밸류업 연계 지수 개발·홍보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