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0%로 0.25% P 인하 … 한미 간 금리 격차 2.0%P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0.8%로 하향 조정 … 내년은 1.6%한미 금리차 확대로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 우려 여전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0%대 저성장’ 장기화 우려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또 이날 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기존 1.5%에서 불과 석 달 만에 0.8%로 0.7%포인트나 낮췄다.

    한은은 지난달 고환율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타격 경계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이날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은의 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환율도 1300원대로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선 경기 부양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와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한은, 2.50%로 기준금리 인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50%로 결정했다.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한은은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2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올해 첫 금통위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내수침체, 0%대 저성장 우려로 이날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은의 금리인하 발목을 잡았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내려오며 다소 안정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주 초에는 원·달러 환율이 약 7개월 만에 1360원대에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지난달 금통위에는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었다. 

    한은이 이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한미 간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가계부채 급증세 우려도 남아있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여파로 지난달과 이달 가계부채 증가 폭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으로 막차 수요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은이 다음번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하를 결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음 금리 결정 시기는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하반기 첫 금통위인 7월에는 상황을 지켜보고 이후 8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한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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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경제성장률 1.5%→0.8% 하향 조정, 내년은 1.6%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 당시 불과 석 달 만에 0.7%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바 있다. 반년 새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1.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1.9%로 유지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은 1.8%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 초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유가 조정 등 영향으로 하락세가 전망되면서 연간 1.9%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위협했지만 최근 130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도 이미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지난 14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IB(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는 0.8%로 집계됐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여러 기관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로 미국과 금리 차이가 벌어진 것은 부담"이라며 "토허제 해제 등으로 들썩인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하반기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낮아진 금리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겹쳐 부동산·가계부채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