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美 주식 13.1억달러 순매도 … 7개월 만의 ‘팔자세’테슬라·엔비디아 등 기술주 팔고 채권·배당주로 머니무브복수세, 외인에 최대 20% 추가 과세 … 자금 이탈 우려↑
  • 올해 뉴욕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안에 외국인 투자자들을 겨냥한 ‘복수세’가 담기면서 향후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미국 주식 13억1085만달러(한화 약 1조78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 서학개미들이 ‘팔자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특히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뤄진 것도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도 결제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테슬라로 22억2662만달러(약 3조264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SOXL(-20억5788만달러) ▲TSLL(-19억74만달러) ▲엔비디아(-13억4713만달러) ▲팔란티어(-9억2668만달러) ▲TQQQ(-8억5807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기술주, 기술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이다.

    반면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TMF(1억7504만달러) ▲TLT(1억3410만달러) ▲SCHD(1억1850만달러) ▲JEPQ(8572만달러) ▲SGOV(5334만달러) 등이 이름을 올리면서 채권·배당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채권 규모도 지난해 말 113억167만달러(약 15조3307억원)에서 지난달 182억8051만달러(약 24조8012억원)로 61.75%나 급증했다.

    최근 미 주요 기술주들이 단기 급등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데다 달러 약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 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발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모습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산을 줄이려는 글로벌 추세 때문에 미국 채권이 흔들리지만 사실 이를 대체할 자산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타이밍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 대신 채권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대규모 감세안에 외국인 투자자들을 겨냥한 ‘복수세’가 담기면서 향후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감세안 중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추가 세금부과 규정이 포함된 899조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복수세는 미국 국채·회사채 이자, 미 상장기업 배당금, 미국 내 부동산 임대료 등을 수령하는 외국인이 속한 국가가 미국 기업에 ‘부당 과세’를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국가의 미국 자산 투자자에 적용되는 이자·배당 수익에 대해 원천징수 세율을 최대 20%포인트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조항은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캐나다,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다국적 협정 최저법인세 조항을 활용한 국가도 대상인데, 한국이 여기에 해당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15% 수준인 미국 배당소득 원천징수세가 최대 35%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다.

    모니카 게라 모건스탠리자산운용 미국 정책 책임자는 이 조항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자본 유입을 잠재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담을 지운다면 자본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당 조항이 유럽을 우선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는 하나 법안 현실화에 따른 유럽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 투자 매력 하락은 가격 하락 우려로 이어져 다른 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인 입장에서도 미국 주식, 채권 투자 매력을 저하시킬 요인”이라며 “주요 IB들에서 해당 조항으로 미국채 수요 축소, 미국 차입 비용 증가, 달러 신뢰 하락을 언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카드’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 연구원은 “최근 미국 관세 합의 과정에서 뜻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부 품목 관세 인상 카드 등을 꺼내 들지만, 즉각적으로 상대국들이 협상 테이블에 임하는 모습이 확인되며 4월처럼 증시가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며 “트럼프 감세안의 899조도 실제 현실화보다 빅테크에게 불리한 법안을 철회하라는 ‘협상 카드’에 그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오히려 미국이 원하는 바(외국의 빅테크 세금 폐지 등)를 얻게 되는 경우 미국 주식에게는 호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