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후보자 국내 주식 '원픽'은 두산에너빌美 주식은 비트코인 보유 1위 스트래티지 담아"투자 고수" vs "정부 기조와 괴리" 해석 분분
  • ▲ 지난 2021년 8월 19일 당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지난 2021년 8월 19일 당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청사진을 그려나갈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포트폴리오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주도주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 고수'라는 호평과 함께 해외 종목에 편중돼 있어 "한국 증시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와 엇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재산 따르면 총 19억9740만원 규모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후보자 명의 재산은 15억1018만원이었다. 그중 강남 개포동 아파트가 13억930만원으로 재산의 86%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었다.

    주식 보유액은 7126만원으로 전체 재산 대비 크지 않은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직접 투자 종목별로 보면 총 4종목에 투자 중이었는데, 국내주식은 두산에너빌리티 단 한 종목에 그쳤다. 

    나머지 세 종목은 모두 미국 기업이었다. 스트래티지, 테슬라, 엔비디아 순으로 비중이 컸다. 

    구체적인 보유 금액을 살펴보면 두산에너빌리티에 총 1862만원을 투자했고, 스트래티지 542만원, 테슬라 471만원, 엔비디아 252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투자 규모로는 국내주식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원전 확대 기조와 맞물려 실적 개선과 향후 흐름에 대한 기대가 큰 종목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역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들이다. 전기차와 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와 인공지능(AI) 산업 선두주자로 불리는 엔비디아는 지난 21일 기준 국내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종목중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상장사로 알려진 스트래티지는 17위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열기와 맞물려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140% 급등하면서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에 자주 포함됐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도 활발히하고 있었다. 그는 국내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는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1117만원), 국내 주요 조선 기업에 투자하는 SOL 조선TOP3플러스(990만원), 코스피200지수를 2배 추종하는 KODEX레버리지(892만원) 등에도 투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먼저 보유 재산 중 투자액이 크지 않지만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테마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레버리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건강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정부와 발맞춰 국내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이끌어야 할 후보자가 해외 종목 비중을 높게 가져간 것은 "정책 메시지와 어긋난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투자형 상품 비중이 적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 대한 불신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옮겨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후보자의 투자 행태는 오히려 한국 증시의 신뢰 부족과 해외 쏠림이라는 구조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같은 테마의 종목이더라도 미국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데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정책에 따른 변동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장기 보유 매력도가 크다. 반면 국내 기업은 정권에 따라 널뛰듯 정책에 휘둘리며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업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해석이 분분했다. "투자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주식에 관심이 더 많은 걸 보니 그쪽에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봤나 보다"는 냉소적인 반응과 함께 "따라사자", "금융위원장 포트폴리오 믿어보자"는 옹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