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캐롯손보 흡수합병 안건 의결킥스 규제 강화에 올 1분기 건전성 급락"디지털보험사 특성 맞춤형 규제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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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보험사들이 출범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발한 캐롯손해보험은 연이은 적자 속에서 결국 모회사에 인수·합병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업계에선 "단순한 경영 실패로만 볼 수 없다"며 디지털보험사의 구조적 한계와 당국의 경직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캐롯손보의 흡수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캐롯손보는 결국 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캐롯손보는 주행거리 만큼 후불로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상품 등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지만, 출범 이후 실적 부진이 고착화됐다. 6년간 누적 적자는 33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단기 위주 상품군과 단순 경영실패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초기 손해율이 높고 IT(정보기술) 인프라 구축 등에 시간이 필요한 디지털 손보사의 특성 상 기존 종합 손보사와 동일한 자본 규제 기준 등을 적용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캐롯손보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것 또한 영업 개시 5년 기점으로 바뀌는 킥스 규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롯손보는 영업일로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기본위험계수'를 적용해 보험위험액을 산출했다. 보험위험액이 클수록 킥스 비율은 낮아진다.

    하지만 영업일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부터 캐롯손보는 종합 손보사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통상 보험사는 최근 3년간 평균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을 써서 보험위험액을 산출하는데, 캐롯손보도 합산비율을 적용받으면서 손해보험위험액은 지난해 말 8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1674억원으로 증가했다.

    건전성이 악화한 디지털보험사는 캐롯손보뿐만이 아니다. 캐롯손보를 비롯해 교보라이프플래닛·카카오페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등 디지털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올 1분기 일제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13.1%에서 130.1%로 떨어져 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돌았고, 하나손보(150.1%)와 카카오페이손보(283.2)는 기준을 웃돌았지만 각각 126.4%p, 4.8%p씩 하락했다.

    업계에선 디지털보험사가 소비자의 소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기보험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 산업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를 위해선 당국의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는 기존 보험사 대비 자본이 소규모인 데다 판매 및 보상 처리 과정 또한 전통 채널이 아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자본 규제 또한 '영업 개시 후 10년'으로 연장하거나 합산비율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