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16시간 서비스 장애에도 별다른 설명커녕 배상 전무EU, 영국 및 터키 거주자만 14일 내 환불 가능 … 한국은 불가유료 가입자 늘었지만 국내법 보호 無, 토종 AI 필요성의 역설
  •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했다.”

    오픈AI가 챗GPT 등 주요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한 이후 밝힌 말이다. 여기에는 구체적 원인이나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 대한 배상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해결을 진행하고 있다는 짧은 입장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속이 타는 것은 챗GPT 국내 유료 가입자다. 매달 2만7000원에서 27만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마땅한 안내는커녕 서비스 장애에 따른 보상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의존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법의 보호를 받는 토종 AI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ICT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운영하는 챗GPT 시리즈를 비롯해 챗GPT 기반의 API, 동영상 제작 AI 소라(SORA) 등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11일 새벽부터 일부 해소됐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비스 장애를 겪던 시간은 약 16시간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챗GPT를 통해 시험, 과제를 준비하던 대학생이나 업무용으로 활용하던 직장인이 난처한 상황을 겪었음은 두말할 것 없다. 서비스 기간 챗GPT는 요청에 대해 “뭔가 잘못된 것 같다(something went wrong)”는 답변만 출력했다.

    현재 국내 소비자의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1000만명을 넘겼다. 이중 얼마나 유료 이용자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속이 타는 사람들은 오픈AI의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들이다. 월 20달러(2만7400원)의 ‘플러스’ 상품 가입자는 물론 월 200달러(27만4000원) 상당의 ‘프로’ 가입자도 동일한 장애를 겪었지만 이에 대한 배상은커녕 환불조차 쉽지 않다. 

    오픈AI의 고객 정책에 따르면 EU, 영국 및 터키 거주자는 구매 후 14일 이내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 외의 국가에서는 구독을 취소하더라도 해당 월에는 이용이 지속되며 환불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은 더 안 좋다. 고객센터 연락처는커녕 우리말 고객센터 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신장애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연속 3시간 이상 혹은 1개월 동안 누적 6시간 이상 서비스 중단시 중단 시간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법인조차 없는 오픈AI는 해당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오픈AI의 이용약관에도 서비스 장애에 대한 배상 내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라는 안내  뿐이다. 방송통신발전법기본법에서는 서비스 장애 발생시 의무신고 사업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해외 사업자 중에는 구글과 메타, 넷플릭스. 아마존웹서비스(AWS)만 해당된다. 

    API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업고객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업무에 오픈AI 서비스를 도입했다면 업무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오픈AI는 API 키(Key)를 발급받아 외부에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경우 요금을 토큰(단어 수)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서비스 장애에 대한 배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AI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오픈AI 서비스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마땅히 보호받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오픈AI 사태가 토종 AI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규정에 따르는 토종 AI가 아닌 해외 AI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장애를 겪더라도 소비자는 마땅히 보호받기 힘든 처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서비스가 이런 장애를 겪었다면 원인과 정상화 계획을 설명하고 마땅한 배상을 해야 했을 것”이라며 “AI 기술이 국경을 허물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소비자 보호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