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 9% … 10년 만에 최고치대형사까지 연체율 급상승 … PF 부실 여파 지속李대통령, '금감위' 신설 추진 … '구조조정 시나리오'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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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투자·웰컴·OK저축은행 등 대형사들까지 연체율 9%를 넘어서며 금융당국도 비상관리에 나섰다. 정부는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자율 구조조정도 유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과거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의 고강도 정리 방식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9.00%로, 지난해 말보다 0.48%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요 대형사들의 연체율도 9%를 상회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9.21%로 가장 높았으며 웰컴저축은행(9.20%), OK저축은행(9.08%) 역시 9%를 기록했다.

    업계는 연체율 상승의 배경으로 수신 감소를 꼽는다. 수신이 줄면서 대출 자산까지 축소하다보니, 부실채권 매각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 경·공매 등 자구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비율상 연체율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연체율이 빠르게 악화되자 금융당국도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업계 회의에서 당국은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관리해달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선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목표치를 달성하긴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연체채권을 털어내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 추진에 기대를 거는 곳이 많지만, 이는 일시적 처방일 뿐 구조적 문제 해결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금융위원회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자율 구조조정, 특히 인수합병(M&A)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수합병 허용 대상을 기존 BIS비율 9% 이하에서 11% 이하로 확대하고, 자산건전성 평가등급이 낮은 저축은행에도 M&A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율 구조조정이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 인수 매물이 넘쳐나도라도 이를 인수할 여력과 유인이 있는 금융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저축은행의 평균 자기자본은 1년 새 126억원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2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개별 차주에 대한 여신 한도도 수도권이 평균 1144억원인데 반해, 비수도권은 130억원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검토 중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출범하게 되면 정책 개입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감위는 정부 조직으로 설치돼 금융감독원의 업무를 심의·조정하며, 예산과 인사권도 국회 통제를 받는 구조로 논의 중이다. 독립성과 집행력을 동시에 갖춘 ‘빅브러더형 감독기구’로 출범할 경우, 과거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 시절처럼 고강도 구조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헌재 전 위원장은 ‘부실에 예외 없다’는 원칙 아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정부는 당시 구조조정 방안으로 시중은행간 통폐합과 동시에 부실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자산을 시중은행에 개별적으로 이전시키는 이른바 P&A 방식을 동원했다. 이에 따라 충청은행이 하나은행으로, 제주은행이 신한은행으로 각각 통폐합됐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강제 M&A가 활용됐다. 이는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금융기관을 '헐값'에 다른 은행에 매각하거나 흡수·합병시키는 방식으로, 당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등의 통합이 대표적 사례다.

    자율 구조조정이 벽에 부딪힐 경우 이 같은 구조조정 모델이 이재명 정부 하에서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업계의 자구 노력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업계는 자체적인 부실채권 상·매각과 공동 펀드 조성 등을 통해 건전성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지분 100% 출자, 자본금 5억원 규모로 부실채권 전담 자회사 ‘에스비엔피엘대부(SB NPL)’를 설립했다. 자본금을 향후 100억원까지 늘려 최대 1000억원 규모의 NPL 정리에 나설 계획이며, 이르면 3분기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1조원 규모의 4차 공동 PF 정상화 펀드도 추진 중이다. 펀드가 완성되면 최소 1조원의 부실자산이 털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 상황은 과거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와는 다르다"며 "부실 자산 정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일부 취약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자본여력도 뒷받침되는 만큼 당국이 과거처럼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 수준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며 저축은행업권에 건전성 강화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언급된 것"이라며 "연체율 증가 속도도 현재로선 완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