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2차 추경 합계 35조원 근접대규모 적자국채 발행 시 장기채 금리 상승 불가피보험사 자본비율 개선 기대…배당·투자 등 경영 여력 확대보유 장기채 평가손 현실화 땐 실적엔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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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18일 1·2차 추경을 합쳐 35조원 규모에 근접한다고 밝히면서, 하반기 대규모 재정 투입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을 대비해 채권을 대거 매입해 둔 상태다. 

    이때 이 대통령이 수십조원 어치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시장에 채권 물량이 많아져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채권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여기서 보험사들은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은 자본비율이 개선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다만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당장 평가손실이 발생해 단기적인 투자 성과에 타격을 받게 되고 주주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채권금리 10bp 상승 시 '수천억원' 개선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수십조원의 적자국채 발행 시 장기채 위주 금리가 상승할 전망이다. 

    채권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삼성생명은 7000억원, DB손해보험은 2500억원, 한화생명은 1000억원이 개선된다고 한국투자증권은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위해 자산 상당 부분을 국고채 등 장기채권으로 운용한다.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는 장부상 '빚'이 줄어든다.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가 더 나오기 때문에 더 작은 규모의 돈을 굴리더라도 수년 후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 3년 후 고객에게 보험금 100억원을 지급하기 위해 90억원을 굴리는 보험사가 있다면, 이젠 채권금리가 올라 85억원만 운영해도 되는 셈이다. 

    이처럼 채권금리가 오르게 되면 보험사는 그만큼 미래의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부채)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되고, 이는 신지급여력제도(K-ICS)비율 상승 및 자본비율 개선으로 이어진다. 

    자본비율이 개선되면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배당 확대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기게 된다.

    ◆보험사, 채권 대거 매입 … 평가손실 불가피

    이 대통령의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물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보험사들이 매입해 둔 수많은 장기채권들이 평가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채권을 대거 매입해 놨다는 것이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고채보유 잔액이 큰 삼성생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국고채 보유 잔액이 약 14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한화생명 역시 약 9조원 규모의 국고채를 보유 중이며 이 중 20년물 이상의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손해보험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해상은 약 5조6000억원의 국고채를 보유했으며 이 중 10년 이상 장기물이 전체의 약 65%를 차지한다. 

    DB손해보험은 총 4조2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장기물 위주로 구성해 관리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입한 채권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평가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면서도 "자본비율 개선 효과가 워낙 커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