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1분기 완전 자본잠식…자기자본 –1348억원산은, 3년간 1조원 유상증자 추진‘매각 해결사’ 임승태, 정상화·매각 모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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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DB생명
금융정책을 쥐락펴락하던 금융통도, 만성 부실에 빠진 보험사의 운명을 바꾸진 못했다. KDB생명이 또다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앞두고 있다. '매각 완주' 특명을 받고 경영에 나섰던 임승태 사장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결국 체면을 구기게 됐다.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KDB생명 증자 계획을 보고했다.산은은 KDB생명의 재무를 실사한 결과 회사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지급여력(K-ICS)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선 향후 3년간 9000억~1조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산은은 2010년 KDB 생명을 인수한 이래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했는데, 또다시 조단위 자금이 투입될 지경에 놓인 것이다.◇‘해결사’ 기대 안고 왔지만…공적자금 또 투입산은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각 해결사’로 발탁된 임승태 KDB생명 사장 역시 결과적으로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임 사장은 1955년생으로 경기고,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석사, 중앙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3회 행정고시에 합격 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거쳐 지난해 3월 KDB생명 지휘봉을 잡았다.임 대표는 재정경제부, 한은 금통위원회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정책금융 전문가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KDB생명 대표에 선임된 인물이다.KDB생명은 임 대표를 선임할 당시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KDB생명의 매각을 비롯한 여러 현안과 복합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발전과 지속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그는 취임 직후 단기 핵심 과제로 △새 회계제도(IFRS17) 및 새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비율) 도입에 따른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관리 △자본 확충 △매각을 위한 경영 정상화 등을 강조했다.KDB생명은 2014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재무건전성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매각 불발의 원인에 관한 질문에 산업은행은 “킥스 비율이 낮아서 추가적인 자본 투입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답했다.임 대표는 지난해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미래 이익 재원인 누적보험서비스마진(CSM)은 지난해말 5830억원에서 9137억원으로 약 3300억원 늘었다.지난해 6월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299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8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2023년 말 단행한 희망퇴직도 반년 만에 한 차례 더 실시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냈다.이같은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매각 완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가 우섭협상자에 선정돼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포기한 이후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매각 실패 후 더 깊어진 부실임 사장의 KDB생명 매각 실패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회사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이번에 산은이 자본확충에 나선 이유는 KDB생명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KDB생명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와 경영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총자산은 2022년 18조8519억원에서 지난해 17조7642억원으로 5.7%(1조87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16조4416억원에서 17조7029억원으로 7.6%(1조2613억원) 증가했다.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본총계(자기자본)는 2022년 2조4103억원에서 2023년 3856억원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 613억원까지 줄었다. KDB생명 자본금이 498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본잠식률은 87.7%다.KDB생명의 자기자본 613억원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2410억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하면 KDB생명의 실질 자기자본은 -1797억원이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라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