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버스 노사, '성과급 기본급 포함' 합의대법 판결 이후 첫 사례 … 노조 하투 격화 예상기업들 곡소리 … "근로시간, 인력 감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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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내버스 노사가 성과급 등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안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나온 첫 사례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시기와 맞물려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통상임금 충격까지 안게 된 기업들의 경영 애로도 더욱 커지게 됐다.2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산버스노조와 사용자단체인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낮 12시55분께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올해 임금 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했던 부산 시내버스는 8시간30여분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오후 2시부터 정상운행에 들어갔다.이번 조정은 노사가 노동위원회에 제시한 조정안을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정기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폐지하고,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반영해 내년부터 총임금은 10.48% 인상되며, 정년도 63세에서 64세로 1년 연장된다.이번 개편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통상임금 논의에 선례로 남게 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한 이후 첫 임금체계 개편 사례다. 당시 판결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이를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실제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 등 산업계 임단협 교섭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가 거세질 수 있어 기업들의 경영 부담도 한층 가중될 우려가 제기된다.부산시도 성과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으로 더 큰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2007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돼온 부산 시내버스의 지난해 적자보전액은 2800억여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통상임금에 성과급을 포함키로 함에 따라 적자보전액이 32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재정 운용과 지속 가능성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산업계에선 이 같은 통상임금 개념 변경이 비용 증가와 현장 노사 관계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기업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애로 및 규제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 부담’을 꼽았다.경총에 따르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기업들은 연간 약 6조8000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할 것으로 추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기업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서 임금 부담이 더 가중되는 경우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들이 직원 퇴직금 등으로 쌓아야 할 충당부채도 일시적으로 늘게 된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인건비 증가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이라도 할 수 있지만, 여력이 안 되는 기업은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정기상여금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을 고심 중이다.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조건부 상여금이 있는 기업 17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판결 100일, 기업 영향 및 대응 긴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3.5%는 ‘통상임금 충격이 상당한 부담이 되거나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임금인상 최소화, 정기상여금 축소, 근로시간 단축, 신규인력 축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지형이 바뀌면서 고강도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상임금 컨설팅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라며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합의라는 기본 원칙에 근거해 법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