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WS와 손잡고 '하이퍼스케일 AI DC' 건설리밸런싱 1년 만 … 30년까지 AI에 82조 투자"기정학적 지위 강화 … 한미 경제 안보 기여"최태원 "AI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기업 생존 달려"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행사장에 마련된 SK 전시관에서 유리기판을 살펴보고 있다.ⓒSK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행사장에 마련된 SK 전시관에서 유리기판을 살펴보고 있다.ⓒSK
    1953년 섬유 산업을 모태로 출발한 SK그룹이 석유화학, 이동통신, 반도체까지 세 차례의 변신에 이어 인공지능(AI)을 앞세운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비약적 발전)에 나선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일 울산 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AWS 울산 AI DC 건립 계약 체결식’에서 아마존 웹 서비스(AWS), 울산광역시와 협력해 하이퍼스케일 AI DC 건립을 공식화했다.

    울산 AI DC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다. SK측은 2027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해 7만 8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정은 SK그룹이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투자 방향성을 AI·반도체 등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거둔 첫 결실이다. SK는 최근 2년간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 아래 중복사업 재편과 우량자산 내재화, 재무안정성 확보 등 체질을 개선하면서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SK그룹이 오는 2030년까지 AI 및 반도체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 AI DC는 AWS의 높은 수준의 기술요구를 충족하며 AI데이터센터 처리에 특화된 냉각과 전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연료로 생성한 전력을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거듭날 예정이다. 

    여기에는 ICT(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 AX), 에너지(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반도체(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모든 역량이 결집될 예정이다. 

    먼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AI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5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구축 총괄 및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등 다양한 계열사들도 인프라, 전력,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힘을 보탠다. SK는 각 멤버사들의 고유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AI DC 사업에서도 최적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 SK그룹 역대 퀀텀점프.ⓒSK
    ▲ SK그룹 역대 퀀텀점프.ⓒSK
    압도적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가 아시아태평양지역(APAC)의 AI 허브 파트너로 SK그룹과 손잡은 것도 SK의 종합적인 AI 역량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SK그룹과 AWS는 이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AI 분야에서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양사는 2027년부터 항후 15년 간 데이터센터 건설, 네트워크 운영, 반도체 공급망, 에너지 인프라 등 각 사의 강점을 결집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이퍼스케일의 AI DC는 기술패권 경쟁 및 통상 압박 속에서 기정학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측면의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AI DC의 운영 기간이 수십 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대규모 투자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향후 한미간 경제 및 안보 협력 기여 측면에서도 효과가 틀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그룹의 AI 역량과 빅테크와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거점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AI인프라 강화로 AI 3대 강국 실현에 적극 기여할 방침이다. 울산 AI DC는 제조업 중심 도시인 울산의 산업 혁신과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 핵심 인프라로써, AI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면 관련 기업 유치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 기반 디지털 트윈,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업의 AI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울산 지역의 산업 체질 개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AI DC가 들어서면서 울산을 찾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국내 AI 스타트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I 관련 기업들과 울산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이 협력해 인재 양성과 공동 연구 등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SK는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AI 혁신 거점을 확대해,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 ▲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SK
    ▲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SK
    AI를 앞세운 SK그룹의 도약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SK AI 써밋(Summit)’에서 “대한민국이 AI시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수”라며 “SK그룹은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CEO 세미나에서도 “SK의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우수한 AI DC를 만드는 동시에,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AI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차별화하고 있다. 

    SK그룹은 향후 AI DC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에너지 ▲AI 기반 바이오 등 계열사들의 모든 경영활동과 일상에 AI를 접목해 ‘제 4의 퀀텀 점프’를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며 “AI와 사업 모델이 밀접한 IT 영역뿐 아니라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외연을 확장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