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최종봉쇄 승인 앞둬국제유가 3~5% 급등 … 시장 불안 ↑정유업계, 비용상승·마진압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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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AP/뉴시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타격하며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함에 따라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봉쇄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미국의 공습 이전부터 이미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23일 외신 등 업계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권고안을 통과시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후속 절차로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승인을 거쳐야 최종 결정된다.앞서 이란은 이미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이에 대해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해협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이며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큰 중국이 이란에 압박을 가해 이런 행동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현재로서는 이란이 해협을 ‘물리적으로 닫는’ 대신, 상업 운항이 어려울 만큼 위험 수역으로 만들어 사실상 봉쇄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WSJ(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스웨덴 유조선 운항사 스테나 벌크(Stena Bulk) 관계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무전을 통해 유조선 승무원들에게 적재한 석유의 양, 출발지, 목적지, 선박 소유자 등을 묻고 있다”고 했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 해협은 도로처럼 물리적으로 ‘닫는 것’은 불가능한 대신 이란은 상업 운항이 지나기엔 너무 위험한 수역으로 만들어, 사실상 글로벌 해상 물류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이 기뢰·미사일·쾌속정 등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공격했던 사례를 짚었다.KDI의 제2차 오일쇼크와 물가안정 정책 발행물에 따르면, 당시 한국은 제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79년에는 18%를 기록했고, 1980년에는 그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해 30% 가까이 올랐다.다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제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이번 공습으로 인한 지역 불안정성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단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실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장 시작과 동시에 5.7% 오른 배럴당 81.40달러에 거래됐다. 이후 상승폭을 줄여 3.27% 오른 79.49달러에 거래 중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36% 상승한 배럴당 76.32달러다.국내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악화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경우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달러로 원유를 들여오기 때문에 유가 급등 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재료값 상승과 제품 수요 둔화가 겹치면 마진 압박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 가능성에 대해 일제히 경고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권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사실상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MST Marquee의 사울 카보닉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22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의 공습은 이란이 걸프 지역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란이 위협했던 방식대로 행동한다면 유가는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Eastspring Investment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롱 렌 고도 “아시아 시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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