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 소강상태 진입'한진칼 펀드' 당분간 시장 안나올 듯"호반,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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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대한항공
한진칼 주가가 한 달 동안 24% 하락하고, 거래량도 10분의 1 이하로 급감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소강 상태에 들어섰다. 올 들어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섰던 호반그룹이 최근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이른바 '한진칼 펀드'로 불리는 주요 사모펀드도 지분 환매 없이 만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청신호'가 켜졌다.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달 28일 장중 16만5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달 23일 종가 기준 12만6200원까지 떨어졌다.같은 기간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신고가 전후로 일일 거래량은 105만 주를 넘겼지만, 최근에는 8만9000여 주에 그치며 시장의 관심도 함께 사그라들었다.'한진칼 펀드'도 조원태 회장에게 한층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유진자산운용의 '그로쓰 스페셜오퍼츄니티 1호'와 대신자산운용의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펀드'가 보유한 약 9% 지분은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한진칼과 전략적으로 연계됐거나 조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기업들로 당장 수익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먼저 한진칼 지분 4.1%를 가진 '그로쓰 스페셜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 1호' 이들 펀드의 출자자는 이마트, HD현대오일뱅크 등으로 올 하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었으나 수익 실현 대신 만기 연장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또 대신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은 만기가 없는 개방형 사모펀드로 SK에너지, 현대차, 기아, 효성, 삼구아이앤씨 등이 출자했는데 당분간 환매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올 1분기 말 기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0.09%이며, 이 중 조 회장의 개인 지분은 5.78%이다. 이후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58%), LX판토스(3.83%) 등 우호세력과 사모펀드 지분까지 포함하면, 조 회장 측 지분은 과반을 훌쩍 넘는다.최근 호반그룹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경영권 확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호반그룹은 2022년 KCGI가 보유하던 13.97% 지분을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장내외 매수를 통해 지분을 18.46%까지 늘렸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매입을 공식적으로 '단순 투자' 목적으로 밝히며 경영권 참여 의사를 직접 표명한 적은 없다.일각에선 김대헌 사장이 2세 경영을 본격화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룹내 현금성 자산이 3조원에 달하는 만큼 장기전을 염두에 둔 '숨 고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호반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HMM 매각 과정에서 호반그룹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데다, 최종입찰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애경산업 인수도 저울질 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재계 관계자는 "한진칼 주가 조정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이 당분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조 회장의 우군이 막강한 만큼 호반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