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한진, 통합항공사 출범 공동 목표2020년 계약 당시, 조 회장 지분 산은에 '담보'산은, 한화오션 지분매각에 25년 걸려
  • ▲ 대한항공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새 CI로 도색된 항공기를 공개했다. ⓒ뉴데일리
    ▲ 대한항공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새 CI로 도색된 항공기를 공개했다. ⓒ뉴데일리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18% 넘게 확보하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10.58% 지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사실과 거리가 멀다. 

    산업은행 측은 "한진칼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항공사 통합 이후에도 지분 매각보다는 안정적 경영을 지원하는 쪽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15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항공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고,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서는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총 8000억원을 투입했는데 당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58%(706만2146주)를 확보했다. 주당 매입가는 7만800원이었으며, 보호예수는 2021년로 12월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 산은은 해당 지분을 단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실제 한진칼에서 산업은행의 위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 그치지 않는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대한항공과의 통합이라는 정책적 결단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통합 항공사의 성공적인 출범에 대해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단순한 지분 보유를 넘어, 통합 이후 체제의 안착과 이행 상황을 끝까지 점검해야 할 정책적 책무가 산은에 부여된 셈이다. 

    이를 위한 안전장치도 상당하다. 산은과 조원태 회장, 한진칼은 2020년 11월 맺은 '투자합의서'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전제로 한 PMI(Post Merger Integration·통합 후 통합관리) 이행 책임을 약속했다. PMI는 지분 투자 이후의 전략 실행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합의서에 따르면 조 회장은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산업은행 동의 없이 처분할 수 없다. 산은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또 조 회장은 보유 지분 385만6002주(5.82%)를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 중 일부는 주식처분위임계약을 통해 산은이 처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drag-along)' 권리까지 확보해 조 회장의 지분 매각을 통제하고 있다. 바꿔 말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이 등판한 이후, 당시 한진칼 경영권에 도전했던 3자연합이 해제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 산업은행 ⓒ뉴데일리
    ▲ 산업은행 ⓒ뉴데일리
    산업은행은 최근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자본 비율 관리 차원에서 보유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으나 '한진칼' 지분은 사실상 열외에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은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HMM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오더라도 (해결하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 밝혔다. 이외에도 산은이 블록딜로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하기까지 25년에 걸린 점을 감안하면 장기보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산업은행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유인이 전혀 없다"며 "산은 지분을 변수로 보는 시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대한항공의 지분구조가 선대 회장부터 '동맹'으로 단단히 맺어져 있어 호반의 막강한 자금력이어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