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 위해 첨단전략산업 국민펀드 활용산업 활성화 마중물 역할 … 역대급 규모로 산업 지형 바꿀 잠재력 정권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관제펀드, 용두사미 한계 극복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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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가 '한국판 엔비디아'를 키울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국민펀드를 조성한다. 국민과 기업, 정부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펀드 자금이 마중물이 돼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인공지능) 기술을 세계 3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와 AI·첨단산업이라는 명확한 투자 대상, 그리고 국민과의 수익 공유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표 국민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다만 역대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관제펀드들이 정권 교체와 함께 동력을 상실하며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던 한계를 극복할지는 과제로 지목된다. 

    ◇100조원 마중물, AI 3대 강국 청사진 제시 … 펀드 수익 국민 배분

    국정기획위원회가 발간한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00조원 상당의 자금을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한다.

    투자 재원은 국민·기업·정부·연기금이 함께 조성하는 국민펀드가 활용된다. 정부 중심으로 50조원 상당의 첨단산업전략기금을 신설, 이후 연기금과 민간금융, 개인투자자의 자금까지 더해 100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민간 자금을 끌어올 유인책으로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펀드를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 TSMC나 엔비디아처럼 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헥토곤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은 펀드에 참여한 국민에게 배분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첨단전략산업 국민펀드는 정부 출연(모펀드)과 국민 투자(자펀드) 결합한 모자(母子)펀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정부가 조성하는 펀드에 국민과 기업 투자금은 자펀드로 들어가는 형태다. 자펀드에 투자한 국민들은 투자 성공 시 지분 매각 및 배당에 따른 수익을 직접 거둘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7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AI 산업 성장을 위해 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 혁신에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혁신, 국민펀드 조성을 통해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관제펀드 실패 반복 … 李 국민펀드 다를까?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국민펀드는 소위 '관제펀드'다. 시장이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게 아닌 정부가 정책을 통해 주도하는 펀드로, 대개 산업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평가된다. 관제펀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핵심 산업이지만 수익성이나 불확실성 면에서 일반 투자자가 투자를 꺼리는 분야에 주로 투입된다.

    역대 정부를 거슬러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는 관제펀드를 조성하는 일이 반복됐다. 김대중 정부(벤처펀드), 이명박 정부(녹색성장펀드)와 박근혜 정부(통일펀드), 문재인 정부(뉴딜펀드)에서도 국민 참여 펀드를 조성했다.

    이번 국민펀드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라는 측면에서 그동안의 관제펀드와 유사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정부의 공적 자금을 먼저 투입해 투자 위험을 낮추고 이를 통해 더 큰 규모의 민간 자본을 유치해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전략"이라면서 "민간 자본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이나 위험 분담 장치를 제공하는 등 정부의 유인책 제공 역시 과거 펀드와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전 관제펀드가 수천억원대에서 많게는 20조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국민펀드의 목표액이 100조원대 역대급 규모라는 점은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또 다른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의 100조원이라는 목표액은 과거 펀드들을 압도한다"면서도 "그만큼 한국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지만 동시에 시장 왜곡과 자금 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역대 관제펀드들은 대부분 정권 초기에는 좋은 성과를 보였으나 정권 교체 후 동력을 잃으며 수익률이 하락하는 패턴을 지속했던 만큼 국민펀드 역시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는 2009년 58%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임기 말기인 2011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수익률 저조한데다 산업화 연계에 실패한 사례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는 2014년 인기를 끌었으나 2016년 개성공단 폐쇄 후 최근 3년 평균수익률이 -4.34%를 기록했다. 정책적인 현실성 부족하고, 투자처가 부재했다는 것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판 그린뉴딜 펀드와 이재명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국민펀드가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의 미래 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세부 정책으로는 뉴딜펀드 신설, 뉴딜지수 개발 및 ETF 상장 등 현 정부의 첨단산업 국민펀드와 유사한 모습이다.

    다만 K-뉴딜 지수를 추종하는 관련 ETF의 성과를 추적해보면 출범 4개월 동안은 개인의 수급이 몰리며 코스피 지수를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지수 수익률을 하회하며 부진했다. 'NH아문디뉴딜디지털플러스 ETF'의 최근 3년 수익률은 -16.35%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대부분 관제펀드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면서 "정권의 5년 주기와 운명을 같이하며, 출범 초기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와 함께 동력을 상실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