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SK, 공정위 '실트론 사익편취' 과징금 소송 최종 승소공정위의 반복되는 무리한 법 적용 … "기업 발목잡기" 비판카카오모빌리티 271억·호반 365억·SPC 647억 과징금도 취소공정위, 10년간 기업에 1조2596억원 돌려줘 … 이자만 1149억
  • ▲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
    ▲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
    LG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사익을 편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상대로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공정위의 '제재 남발'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공정위의 '실적 쌓기용' 제재 남발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의 제재가 법원 판단으로 취소되는 일도 빈번했다. 이번 SK사건을 계기로 공정위가 기업 발목 잡기 행태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6일 SK와 최 회장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SK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취득한 행위가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와 최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은 최종 취소됐다.

    대법원은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해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며 다수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그 소수지분을 특수관계인 등이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곧바로 추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해당 계열회사가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SK는 LG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139원에 인수했다. 이후 KTB투자증권으로부터 지분 19.61%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 인수해 총 70.6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문제는 나머지 29.39%에 해당하는 지분이었다. 이 지분에 대한 처분권한을 가진 우리은행이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SK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해 주당 1만2871원에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이런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한다며 2022년 3월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공정위 기업집단국 소속 직원들은 2018년 8월 SK그룹 등으로 찾아가 현장조사를 벌이면서 당시 최태원 SK 회장 집무실 조사를 시도하고, 만 2년 넘게 SK실트론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여러 사정을 종합해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원심은 SK가 해당 지분을 보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고, 이미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70% 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었던 점, 입찰 과정에서 SK㈜의 직·간접적 관여를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취소 사유로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재벌 사냥' 하듯 무리한 조사를 벌여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SK실트론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지난 2017년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경제개혁연대 등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과정이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씨가 교수 시절 소장을 맡고 있던 시민단체다. 김씨는 2006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내다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이 때문에 당시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SK실트론에 대한 현장조사를 나선 것은 김상조의 친정인 경제개혁연대의 의혹 제기를 입증하기 위해 '과잉충성'으로 공권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공정위가 무리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에서 취소된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271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3월에는 호반건설이 공공택지 전매 등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부과받았던 과징금 608억원중 365억원을 취소하라는 판단을 받았다.

    지난해 대법원에서는 SPC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받았던 647억원의 과징금 제재가 최종 취소됐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해 공정위가 납품업체 갑질 혐의로 쿠팡에게 내린 과징금 32억원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부과한 과징금 원금뿐 아니라 이자(환급가산금)까지 물어줘야 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0년간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준 금액은 1조2596억원에 달한다. 이 중 환급가산금만 1149억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길게는 수년 동안 조사하고 내린 과징금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기업 발목 잡는 제재 남발을 이제는 멈췄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