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2차전지 지수’, 5%대 강세 … 코스피·코스닥 상회외국인 러브콜 지속 … 관련 ETF에도 대규모 자금 유입“자율주행 산업 성장, 침체기 빠진 K-배터리에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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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국내 증시 ‘허니문 랠리’에서 한동안 소외됐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간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로보택시’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하이엔드 배터리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이차전지주들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최근 7거래일(18~26일) 동안 5.46%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4.38%)·코스닥(1.59%)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로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10위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에코프로비엠(17.99%), 에코프로머티(14.10%), 에코프로(13.96%) 등 이른바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 상승 폭이 가장 컸고 ▲SKC(13.79%) ▲SK이노베이션(10.10%) ▲포스코퓨처엠(7.24%) ▲LG화학(4.35%) ▲POSCO홀딩스(3.88%) ▲삼성SDI(3.13%) ▲LG에너지솔루션(1.02%)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지속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 주식 483억원어치를 사들여 전체 2460개 종목 중 순매수 상위 15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에코프로비엠(358억원), LG화학(199억원), 엘앤에프(164억원) 등도 대거 담았다. 반면 개인은 에코프로비엠(-442억원), SK이노베이션(-206억원), POSCO홀딩스(-128억원) 등을 팔아치웠으며 기관도 LG에너지솔루션 435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최근 1주일 동안 111억원이 유입되며 주식형 ETF 708개중 44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TOP10’에도 107억원이 들어왔고 ▲KODEX 2차전지산업(85억원) ▲KB자산운용 ‘RISE 2차전지액티브(6억원)’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6억원) ▲신한자산운용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5억원)’ 등도 순유입이 이뤄졌다.

    이는 최근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로보택시’를 출시한 영향이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탑재한 모델 Y 10대를 활용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로보택시는 서비스 출시 첫날부터 과속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주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탑승객들의 “편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SNS를 통해 “성공적으로 로보택시를 출시한 테슬라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팀과 칩 설계팀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10년간의 고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에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지난 23일 로보택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8.23% 급등했고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로보택시가 ‘K-배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부품들의 무게도 크게 증가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해지는데,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은 삼사원계 등 하이엔드 배터리에 강점이 있는 만큼 수혜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의 자율주행 컴퓨팅에는 많은 전기가 소모되는데, 메인 하드웨어는 AI를 통해 초당 수십 번의 인지·판단·제어 단계를 반복하며 주변 감지를 위해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초음파센서 등을 수시로 작동시키므로 상당량의 전기를 소모한다”며 “내연기관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동력원을 전기로 구성해야만 막대한 전력 소모량을 감당 가능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될 경우 전력 소모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도 증가할 것”이라며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산업의 예상보다 빠른 성장은 침체기에 빠져 있는 K-배터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가 공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안 초안이 전기차 수요 성장에는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최악은 면했다는 점도 투심을 녹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32년 말 종료 예정이었던 전기차 보조금(IRA 30D)은 법안 공포 180일 후 전면 폐지된다. 오는 7월 1일 법안을 공표한다고 가정하면 2026년부터는 모든 수요 보조금이 폐지되는 셈이다.

    다만 첨단조세액공제(AMPC)이 하원안보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됐다. 하원 발의안에는 기존 IRA 대비 1년 앞당겨 2031년까지 지급하도록 한 반면 상원 초안에서는 현행대로 2032년까지 유지했다.

    또한 하원에서는 FEOC(해외우려기관)의 범위를 넓혀 PFE(금지외국기관)를 AMPC에 직접 적용하자고 제시한 바 있는데, 이는 PFE와 관련성이 있으면 AMPC를 받지 못하므로 상당히 엄격한 조건이었다. 이번 초안에서는 PFE 정의 범위가 완화돼 PFE로 판단하는 지정외국단체의 보유 지분 기준이 당초 10%에서 25%로, 합산 지분 기준은 25%에서 40%로, 지정외국단체로부터의 차입 비중 기준이 당초 25%에서 40%로 상향됐다. 배당·로열티 등 고정지급액의 5% 이상을 해외우려기관에 지급할 경우 AMPC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조항은 삭제됐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수요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배기가스 규제, 자율주행·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장 확대로 인한 전기차 수요 성장에 기반해 연평균 10% 대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며 “AMPC의 경우 2032년까지 유지됐다는 점에서 한국 셀 메이커들에게 긍정적이며 금지외국단체에 대한 점진적 강화 조항이 신설된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