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공식화 … 전국 인프라 구축 강행국내 태양광 경쟁력 붕괴 … 셀·모듈·웨이퍼 뺏겨밸류체인 대부분 中 잠식 … 韓기업 손가락만 빨 판
  • ▲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2021년 완공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한화솔루션 큐셀
    ▲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2021년 완공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한화솔루션 큐셀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공식 선언하며 전국 단위 전력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이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 고속도로’ 를 언급하면서 전력망 확충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셀·모듈, 웨이퍼 등 국내 제조 기반은 이미 중국산에 밀려 사실상 붕괴된 상황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망은 깔리는데 국내 태양광 제조 경쟁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중국 기업에게만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회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해 기후 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세운 핵심 수단은 ‘에너지 고속도로’다.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구축을 통해 호남권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이송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2030년까지 우선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남해안과 동해안까지 확대해 2040년에는 전 국토를 U자형으로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RE100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국내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계통 부족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핵심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송전망만 깐다고 업계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폴리실리콘(소재) → 잉곳(부품) → 웨이퍼(부품) → 태양전지(셀) → 모듈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의 영역에서 손을 뗐다. 

    현재 웨이퍼는 전 세계 생산의 약 98%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기업이던 웅진에너지는 몇 년 전 사업을 접고 결국 파산했다. LG전자 역시 태양광 셀·모듈 사업에서 2022년 전면 철수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 됐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의 한국 태양광 모듈 공장 가동률은 2022년 95% 안팎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3%로 급락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은 2015년부터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며 “중소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했고, 그나마 버티던 대기업들도 속속 사업을 접으면서 현재는 부품을 수입해 모듈을 조립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등 에너지 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기대를 표하면서도, 국내 시장이 국산 제품보다 중국산 제품에 ‘길을 터주는’ 상황이 될까 우려한다. 전력망 확충 등 기반이 마련돼도 정작 국내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살아 남은 태양광 마지막 단계인 셀과 모듈 부문의 국내 기업들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양광 산업 육성 의지가 강한 미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안에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규정을 계기로, 중국 기업 견제가 국내 기업에게 중장기적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미국에서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EPC, 개발, 금융 등 태양광 에너지 솔루션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모듈 3.3GW)과 달튼(모듈 5.1GW) 공장을 가동 중이다. 무엇보다 국내엔 전무한 잉곳·웨이퍼·셀 생산라인(각 3.3GW)을 미국에서 연내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OCI홀딩스는 미국 텍사스에서 2030년까지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10~15기 건설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샌안토니오에서 2GW 규모 태양광 셀 생산에 돌입해 수요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이 앞으로 성장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성장 과정에서 국산화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중국산 의존 심화로 국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태양광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