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고려아연 5천억 유증 무효" … 영풍 1심 승소2023년 9월 현대차 계열사에 5000억 유증 참여고려아연 "투자 적법 … 항소심서 적극 소명할 것"정기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에선 고려아연 승리경영권 분쟁 향방 '안갯속' … 분쟁 길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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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이 2023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에 발행한 5000억원 가량의 신주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영풍이 제시한 정기주주총회 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엔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이 최근 소송에서 한 번씩 패하며 경영권 분쟁 향방도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법원의 판단에 즉시 항소한다는 방침으로, 경영권 분쟁도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 부장판사)는 27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무효소송 선고 기일에서 “고려아연의 2023년 9월 5000억원의 보통주식 104만5430주 신주발행을 무효로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영풍은 고려아연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합작법인인 HMG글로벌이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52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지분율 5%를 확보했다.

    이에 영풍은 해당 유상증자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유상증자로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이 32.10%로 높아져, 기존 대주주였던 영풍 측 지분율(31.57%)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유상증자의 목적이 주력사업인 친환경 관련 신사업 추진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우호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신주 발행이라는 영풍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친환경 신사업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상 필요로 신주가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오직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만 신주를 발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의 정관을 위배해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 정관 17조는 기존 주주의 신주인주권을 규정하면서 제3자 유상증자가 가능한 경우 중 하나로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합작회사’에 고려아연의 참여 여부를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정관에 명시된 ‘외국의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의 참여를 전제로 한 외국 합작법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고려아연의 참여 없는 외국인 투자자나 상대방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한계를 벗어난다. 합작법인으로 참여하지 않은 HMG글로벌에 대한 고려아연의 신주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신주발행으로 적법하게 진행했다면서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신주발행을 무효로 판단하면서도 ‘우호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신주발행’이란 영풍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재판부가 친환경 신사업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신주발행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신주발행이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으로 항소할 예정이다. 당사 정관의 ‘외국의 합작법인’에 대한 취지와 의미를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 최 회장 측이 의결권 지분율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주요 안건의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당시 주총의 쟁점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고려아연 지분율은 영풍·MBK 측이 40.97%,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한 34.35%을 보유해 MBK 연합이 앞선다. 그러나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MBK 연합의 지분율이 10%대로 크게 낮아져 최 회장이 우위에 서게 된다.

    영풍은 주총에서 패한 이후 고려아연 주총 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정기주총에서 의결한 ▲이사 수 상한(19인 이하) 설정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법적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