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음·흡음 강화로 소음 20% 줄여 … 정숙성 체감탄성 결합·서스펜션 개선 통해 승차감 20% 향상
-
- ▲ 현대로템이 새롭게 선보인 KTX-이음 2세대 고속철 ⓒ현대로템
“이건 KTX가 아니라 비행기 비즈니스석 탄 것 같네요.”지난 24일 현대로템이 주최한 KTX-이음 2세대 시승행사에서 열차에 탑승하자마자 기자가 관계자에게 건넨 첫 말이다.이날 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해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을 지나 광주송정역까지 약 2시간 동안 운행됐으며, 탑승 내내 정숙한 운행이 이어졌다.서울역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250km/h를 가볍게 넘겼지만, 터널 통과 시 귀가 먹먹해지거나 창밖 소음이 들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기존 열차에서는 터널 진입 시 바람 소리나 객실 외부의 마찰음이 컸던 것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이날 설명을 맡은 이정률 현대로템 고속차량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열차의 속력을 높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 정숙성과 승차감,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이 연구원은 "고속열차 설계 시부터 앞부분을 유선형으로 만든 이유도 터널 진입 시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고속철의 구성품을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
- ▲ 열차가 시속 252km/h를 돌파하는 모습 ⓒ이보현 기자
현대로템은 2021년 KTX-이음 1세대 영업운행 이후 약 4년 만에 성능을 개선한 KTX-이음 2세대를 내놓았다. 회사는 이번 모델에 대해 '자동차의 페이스리프트' 개념에 비유했다.이정률 연구원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운영사가 요구하는 성능도 다양하기 때문에 기존 플랫폼과 호환되면서도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개발한 차량”이라며 “자동차로 치면 내부 전자장비가 개선되는 페이스리프트, 핸드폰으로 치면 겉모습은 같지만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우선 1세대보다 정숙성 개선을 위해 차음과 흡음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객실 천장에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차음판을 추가했고, 차량 측면 벽 상부에는 흡음 목적의 팽창폼 비중을 확대해 소음을 기존 70dB에서 68dB 수준으로 약 20% 낮췄다. 이는 일반 대화 수준에 해당하는 소음으로, 주행 중에도 방해 없이 업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또한 열차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판토그래프(집전장치) 주변에는 스테인리스 강 소재 차음재 면적을 넓혀 외부 소음에도 신경 썼다.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실 상무는 “객실 바닥에 고차음 합판을 추가하고, 바닥과 플로어 사이 연결부를 기존 강결합에서 탄성 결합으로 바꿔 소음을 줄였다”며 “그 과정에서 차량 중량은 다소 증가했지만 평균 축중은 15톤 이하로 유지해 경량화도 동시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
- ▲ 다리를 쫙 펴도 앞 좌석에 닿지 않아 편안한 승차감을 경험했다. ⓒ이보현 기자
승차감과 편의성 개선도 눈에 띈다. 시승 차량은 12열 구성의 우등실 차량으로, 좌석 간 간격은 일반실보다 약 10cm 넓어 발을 쭉 뻗어도 걸리는 것 없이 편안했다.좌석마다 항공기 좌석을 연상시키는 LED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고, 영상·유튜브·인터넷 이용은 물론 밝기·음량 조절까지 터치로 가능했다.좌석 위쪽에는 은은한 간접등이 설치돼 있었고, 좌석번호가 표시된 위치에는 개인 조명등이 탑재돼 있었다.가장 좋았던 점은 이전 KTX 모델과 달리 한 좌석당 창문을 개별화한 것이다.이전 KTX 일부 모델은 두 좌석에 걸쳐 창문이 자리 잡고 있어 블라인드를 내릴 때 주변의 신경이 쓰였지만, 개별창이 적용되면서 원하는 때에 블라인드를 조절해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시트는 전동식 조절 버튼으로, 양옆으로 버튼을 누르면 엉덩이 받침이 앞뒤로 조정돼 뒷좌석에 영향을 주지 않고 편안한 자세를 설정할 수 있었다.비행기 좌석처럼 좌석 머리받침도 설치돼 있었으며 각도가 조절되거나 고정할 수는 없지만 수동으로 위아래 조절이 가능해 푹신한 느낌을 받았다.시트 옆쪽에는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충전 단자 2개, USB 단자 2개, 전원 콘센트 2개가 배치돼 있었다.이뿐만 아니라 객실 내 정보 안내용 모니터는 기존 4대에서 6대로 늘어 시인성이 높아졌고, 객실에는 공기청정기 4대가 설치돼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다. 화장실에도 악취 저감용 공기청정기가 설치됐고, 대소변 버튼을 구분해 효율성을 높였다. -
- ▲ 시승회에서 이음 2세대를 설명하고 있는 김정훈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 ⓒ현대로템
특히 승차감 개선 효과는 화장실에서 체감하기 쉬웠다. 과거 열차에서 흔들림이 심해 화장실 사용이 불편했던 것과 달리, 이음 2세대는 진동이나 흔들림이 크게 줄어 쾌적한 사용이 가능했다.현대로템은 열차의 승차감 개선을 위해 노면으로부터 차체 충격을 경감시켜 승차감을 향상시켰다고 전했다.차체의 주행과 제동 기능을 갖춘 대차 부문에 성능이 개선된 서스펜션(완충 장치)을 설치하고 차체 하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보강재를 추가했다.또한 에어스프링, 휠 프로파일, 댐퍼 등의 부품을 개선해 승차감 지수를 기존 2.5N에서 2.0N으로 낮췄다. 약 20% 향상된 수치로, 체감 가능한 승차감 개선 효과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눈에 띄지는 않지만 현대로템이 가장 신경 쓴 분야는 안전이다. 차량 외부 천장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돼 있어 수리·보수 중 낙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설계됐고,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장치는 센서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정비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정전 시에도 자체 배터리로 약 1시간가량 안내 방송과 조명, 냉방이 가능한 무정전 시스템도 탑재됐다. 철도 제어장치인 열차자동방호장치(ATP)에는 현대로템이 국산화한 ‘열차제어시스템(KTCS-2)’ 시스템이 최초로 적용됐다.현대로템 관계자는 “국산화를 통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췄으며, 이를 통해 1만년에서 10만년 사이에 고장이 한 번 발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안전성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현대로템이 이번 시승회에 투입한 차량은 총 14편성 중 5번째 차량으로, 10편성까지는 이번 주 중 공장 출고검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운영사에 납품돼 시운전을 거치고 실제 노선에 투입될 계획이다.현대로템은 작년 KTX 도입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KTX 고속철을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향후에도 운영사가 원하는 성능에 맞춤형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 시장 확대에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김정훈 레일솔루션 본부장은 "대한민국 철도 기술은 프랑스의 알스톰의 기술 장벽을 넘어서 그동안 KTX 산천, KTX 이음, 그리고 오늘 2세대 KTX 이음까지 이어오면서 K-철도의 자부심이 됐다"라며 "앞으로 국내 철도 기술의 자존심을 지키고 국민들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고속 전철을 납기 지연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 ▲ 개별창 적용으로 개인 공간을 제공받은 느낌을 받았다. ⓒ현대로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