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자산 3조인데… 3185억 규모 EB 발행태광 측 "뷰티·에너지 등 사업 투자 검토중"2대 주주 트러스톤 "이번주 중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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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반발에 나섰다.태광산업은 지난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27만1769주(지분율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3185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교환가액은 주당 117만2251원으로, 주가가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현 시점 기준 고점 수준이다. 이번 EB는 3년 만기물로, 이자율은 0%다. 투자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투자자가 만기 전 교환권을 행사하면 자사주가 주식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태광산업의 시가총액은 30일 오전 기준 1조900억원 규모로, 전거래일 대비 11% 하락한 주당 98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태광산업 측은 EB 발행 목적을 신사업 투자에 있다고 밝혔다. EB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2000억원은 올해 1200억원은 내년 중에 집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태광산업은 오는 7월 31일 정관 변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도 소집했다. 정관에는 △부동산 개발·리츠 △호텔·숙박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암호화자산 중개·매매 △플랫폼 구축 등 20여 개의 신사업 항목이 추가될 예정이다.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시장에서는 이번 EB 발행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우선 태광산업의 현금성 자산이 3조원에 달해 외부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현시점 EB 발행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지난해 말 기준 태광산업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4344억원이며 단기금융자산까지 포함하면 2조원에 육박한다. 최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을 통해 약 9000억원 추가 유입도 예정돼 있다. 이에 EB 발행은 실질적으로 외부 자금 유치 목적보다는 자사주 활용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도 뒤따른다.태광산업 측은 이에 대해 "내년까지 집행할 투자 규모는 현재 보유 중인 투자 가용자금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태광그룹은 지난 2022년에 향후 10년간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의 방향, 속도, 시기 등은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추후 확정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태광산업 지분 5.95%를 보유한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주주가치 훼손'을 지적하고 나섰다.트러스톤 측은 "자사주 소각은 정부 방침이자 주주가치 제고 수단인데, 전량을 EB로 발행한 것은 그 자체로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반박했다.즉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전량을 매각하는 것은 소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향후 EB의 교환권이 행사되면 주당순이익(EPS) 희석과 배당감소 우려가 있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주장이다.트러스톤 관계자는 "지금 시급한 투자가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도 EB 발행의 긴급성도 없다. 상장사 중 최저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해온 회사가 정부 정책을 피해 자사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자사주의 EB 발행은 향후 시장에 유통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하는 구조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PBR 0.3배 수준으로 제 가치를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 지금 시점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방식은 결국 소수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트러스톤은 이번주 내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에도 진정서를 접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