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에피스 분리해 이해충돌 우려 해소파마리서치, '리쥬란' 신설법인 낮은 지분율 등에 주주 반발전문성 강화 등 성장전략 노려 … 투자자 신뢰 바탕돼야
  • ▲ 삼성바이오로직스, 파마리서치 ⓒ각 사
    ▲ 삼성바이오로직스, 파마리서치 ⓒ각 사
    제약바이오 기업이 잇따라 인적분할에 나서는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비례적으로 배정받기 때문에 통상 물적분할에 비해 소액주주 권리 침해의 정도가 적다. 하지만 분할 비율에 따라 실질적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가장 먼저 인적분할에 나선 건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

    주된 이유로는 이해충돌 이슈 해소 등을 꼽았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몸집이 커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CMO) 수주 시 글로벌 고객사들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수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에만 공시기준 총 4건의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총 3조 2525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연간 수주 금액(5조4035억원)의 60%를 넘어서는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인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고객사들과 같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이다. 

    글로벌 고객사들로서는 자칫 자신들의 영업비밀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 신약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완전 분리를 통해 고객사들의 잠재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익 창출 방식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 투자해야하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사업특성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이 어느정도 예견됐었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독립적인 사업가치를 평가받음으로써 보다 명확한 가치 산정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 받게 된다. 분할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반면 최근 인적분할을 예고한 파마리서치는 투자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번 인적분할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상장 지분을 다시 흡수하는 '우회적 물적분할'이라는 지적이다.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지주회사)와 신설법인 '파마리서치'(사업회사)로 나뉜다. 파마리서치홀딩스는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자회사 관리와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고, 파마리서치는 의료기기·의약품·화장품 등 핵심 에스테틱 사업 성장에 주력한다.

    분할존속회사인 파마리서치홀딩스, 분할신설회사인 파마리서치의 분할 비율은 0.7427944 대 0.2572056이다. 

    특히 파마리서치의 글로벌 기업 도약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대표 제품 '리쥬란'의 성장을 담당하는 분할신설회사에 비해 지주사의 분할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리쥬란 해외 판매법인과 추가적인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성장이 존속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로 포함되면 중장기 투자 모멘텀이 약해진다는 우려다.

    파마리서치홀딩스가 향후 분할 신설회사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파마리서치 지분을 1% 가량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현물출자를 거치면 모회사 대주주 비율은 현재의 약 30%에서 크게 증가하는데 현물출자 시 교환 비율 때문에 대주주와 소수주주들의 이해관계도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물적분할 후 자회사 독립 상장'과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는 똑같은 형태이고 동일한 중복 상장의 문제점을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머스트운용은 '중복상장 없는 물적분할'을 제안했다. 

    이러한 이유로 파마리서치는 분할 발표 당일 주가가 17%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적분할에 나서는데는 사업부문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설법인 상장으로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떤 전략에서든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밸류업'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완전히 분리돼 본연의 핵심 사업인 CDMO에 더욱 집중하면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효과도 기대한다는 것이다.

    파마리서치는 회사측의 여러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이 대통령실과 한국거래소에 인적분할 철회 요구와 함께 상법 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