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전환 등 인적분할 계획 철회과거 인적분할 비율·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등으로 주주들 반발머스트자산운용 등 공개적으로 인적분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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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마리서치가 지난달 13일 발표했던 인적분할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회사는 지주사 체체로의 전환을 꿈꿨으나 소액주주 등 시장의 반발로 결국 현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분할계획에 대한 진행 사항 및 분할계획서 일체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파마리서치 측은 "분할의 취지에 공감하며 글로벌 도약을 응원해 주신 기대와 더불어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그리고 소통의 충분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이를 신중히 받아들여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은 전략적 필요나 법적 타당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보다 능동적이고 깊이 있는 신뢰 기반의 주주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파마리서치는 앞으로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 중심의 글로벌 에스테틱 사업 가속화 ▲기존 조직 내 투자 기능 강화 및 전략적 M&A 준비 ▲ESG·컴플라이언스 기반의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 기존 경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13일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파마리서치는 지주회사인 '파마리서치홀딩스'로 전환하고 주요 사업 부문은 신설회사인 '파마리서치'로 분리한다는 내용이다. 지주회사는 투자와 신사업 발굴을 진행하며 신설회사는 에스테틱·의약품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게 골자다. 

    다만, 인적분할 비율과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등으로 논란이 됐다. 인적분할에 따라 파마리서치홀딩스는 74.3 대 파마리서치는 25.7 비율로 나눠지게 됐는데 주주들은 이러한 분할 비율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사업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에 비해 지주사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것이다. 통상 인적분할은 5대5 비율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등 절차를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 경영권 승계, 대주주 지배력 강화 등이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파마리서치 지분 1.2%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회사의 인적분할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인적분할과 현물출자를 결합한 구조는 대주주 지분율을 기존 약 30%에서 60%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설계라고 지적했다. 결국 모회사(지주사)와 자회사(사업회사)의 중복상장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머스트자산운용은 대주주 2세가 창업한 비상장사 '픽셀리티'가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파마리서치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향후 지주사 체제에서 특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도 일반주주와 이해관계가 다름에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마리서치 주가는 이날 인적분할 철회 발표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전고점(57만5000원)을 찍었다. 이후 11시 30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7.74% 오른 55만7000원을 보이고 있다. 

    과거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발표 이후 시가총액이 1조원 가량이 증발한 바 있다. 지난달 12일 종가 기준 52만3000원이던 주가는 다음날 인적분할 발표로 인해 17.11%로 하락해 43만3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7일 종가 기준 전거래일 대비 4.97% 상승한 51만7000원을 기록했다.

    한편 파마리서치는 핵심 제품인 '리쥬란'을 위주로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5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1%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 1000억원 돌파 이후 3년 만에 2000억원, 이듬해 3000억원을 넘기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4%로 집계됐다. 이는 주력 제품인 리쥬란 등 의료기기 부문의 고성장에 기인한다.

    리쥬란은 피부 속 진피층에 생체 적합 물질인 폴리뉴클레오티드(PN)를 주입해 손상된 피부의 생리적 조건을 개선하고 피부 재생 및 탄력을 증진시키는 스킨 부스터로 회사의 핵심 제품이다. 리쥬란 등 의료기기 매출은 2019년 288억원에서 2024년 193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4%에서 55.3%로 확대됐다. 이 중 국내 매출은 약 40% 수준이다.  

    파마리서치 손지훈 대표는 "지주사 설립의 취지에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주신 주주들도 계셨기에 이번 결정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공감한다"면서 "파마리서치는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통해 보다 주주 친화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니 널리 혜량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