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수출 3347억달러 … 지난해보다 0.03% 감소대미 수출 3.7% 줄어 …자동차 16.8%·철강 11.2% 급감7월 8일 이후 추가 관세 15% 부과 되면 반도체 등 경제 충격전문가 "이대로 가면 경기 침체, 무역 흑자 줄이고 관세 낮춰야"
  • ▲ 경기 평택항. ⓒ뉴시스
    ▲ 경기 평택항. ⓒ뉴시스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기간(7월 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지만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면서 유예 기간 전 내놓겠다던 이른바 '줄라이(7월) 패키지' 합의에 대한 불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0.03% 감소한 3347억달러에 그쳤고, 특히 대미 수출은 양대 수출품목인 자동차·일반기계의 부진으로 3.7% 감소한 622억달러에 머무는 등 미국발 관세 충격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대부분 품목에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했던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끝난 뒤 15%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3347억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0.03%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철강·자동차·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3.7% 줄었다. 

    반기(半期) 대미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상반기 이후 5년 만이다. 품목별로 보면 철강은 대미 수출이 11.2%, 자동차는 16.8% 급감했다.

    자동차 부품 역시 1.5% 감소했다. 일반기계 수출액도 16.9% 급감했다. 현재 미국은 철강에 50%, 자동차에 25%, 자동차 부품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반기계는 기본 상호관세 10%가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7월 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목표했던 '줄라이 패키지'는 양국 간 협상 난항으로 시한을 넘겨야 할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렬 경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엄포를 놓은 것처럼 추가 상호관세 15%를 부과할 경우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올 상반기 우리 수출을 지탱해온 반도체에 추가 관세가 붙으면서 수출 증가 폭이 꺽이는 것이다. 반도체는 올 상반기 대미 수출이 733억달러를 기록하며 14.7% 증가했다. 우리 전체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규모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사재기' 효과로 역대 최대인 15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상호 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면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과 3차례 고위급 관세 협상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대신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등 미국의 요구사항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관세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되 상호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변수다. 각 무역국들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은 지난달 27일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에 "협상이 노동절(9월 1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며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30일에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유예 시한 연장은) 트럼프의 뜻에 달려 있다"며 "협상이 불발될 경우 높은 관세율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상호관세를 연장할 수도, 더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가 이틀 뒤인 29일엔 "이번 각국별 관세율 서한 통보가 협상의 끝"이라며 추가 유예 없이 모든 국가에 관세율을 통보하겠다"고 했다. 또 1일(현지시간)에는 일본에 대해 기존에 책정한 상호관세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유예 전 일본에 대해 24%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보다 높은 '30%나 35%'로 상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많은 국가들에 서한을 쓸 것"이라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더 줄고, 나아가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5%의 추가 관세가 매겨지면 대미 수출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경상수지가 받쳐주고 있어서 외환위기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성장률은 둔화되고 경기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협상 기간 내에 미국과 잘 타협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대신 관세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볼 때 중국과 우리가 가까우면 협상이 잘 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 설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