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EZ손보, K-ICS 비율 수직 상승 … 신한지주 1000억 유상증자 효과흥국화재, 선제적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 … 정교한 자본 관리로 건전성 '자체' 개선K-ICS 체제, 보험업계 내 '자본 양극화' 심화 … M&A 등 구조조정 촉매제 될 전망
  • ▲ ⓒ신한EZ손보
    ▲ ⓒ신한EZ손보
    보험사들의 '탄탄함'을 나타내는 K-ICS(지급여력) 비율이 23년만에 200% 아래로 떨어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K-ICS 비율이 급락한 대부분의 보험사들과 달리 일부는 오히려 개선된 모습을 보여 이들의 '성공 방정식'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성공 방적식의 대표적 사례로 신한EZ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꼽히는데, 이들의 '자본력'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K-ICS 비율 관리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못하고 K-ICS가 급락한 보험사들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에게 합병된 것처럼 인수합병이 '상수'가 될 전망이다. 

    '모회사'의 힘 … 실탄 '1000억' 장전한 EZ손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보험사들의 1분기 K-ICS 비율을 공개했는데, 신한EZ손보의 약진은 가장 눈에 띄었다. 

    1분기 기준 신한EZ손보의 K-ICS 비율은 340.4%를 기록해 전분기 159.2%에서 무려 181.2%p(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이러한 급격한 반전의 원동력은 모회사 신한금융지주 덕분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 신한EZ손보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단순히 재무무조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사들의 K-ICS 비율이 급락하며 자본 압박으로 움츠러들 때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는 '실탄'을 장전해준 셈이다. 

    이는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금융그룹 소속 보험사가 단독 보험사에 비해 얼마나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 ⓒ흥국화재
    ▲ ⓒ흥국화재
    정교한 자본관리 … 선제적 자금 조달 '흥국'

    신한EZ손보가 모회사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면 흥국화재는 은행 지주라는 '뒷배' 없이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케이스다. 

    흥국화재의 K-ICS 비율은 같은 기간 216.7%를 기록해 199.6%에서 17.1%p 증가했다. 

    흥국화재의 K-ICS 비율 증가는 위기가 닥치기 전 미리 움직인 '선제적 자본 관리'의 결과물이다. 흥국화재는 시장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일 때 선제적으로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해 뒀다. 

    이는 나중에 자본 비율이 하락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을 때 허둥지둥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앞서 2020년 7월엔 만기가 도래한 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상환함과 동시에 동일한 금액을 재발행하며 안정적인 자본 관리를 이어갔다.

    지난해엔 4년만에 공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 2000억원을 조달하고,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을 세웠다. 

    흥국화재의 이같은 행보는 단순히 K-ICS 비율이라는 숫자를 높이기 데 그치지 않고, K-ICS 제도의 핵심인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정교하게 이행한 데 있다. 

    보험사는 통상적으로 가입자의 돈을 채권 등으로 굴려 자산을 관리한다. 문제는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만기가 수십년에 걸쳐 있어 훨씬 길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자산-보험금(부채) 만기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야 K-ICS 비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흥국화재는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 국공채나 외화채권 등 장기 만기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장기 보험 부채와의 만기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다. 
  • ▲ ⓒ금감원
    ▲ ⓒ금감원
    '자본 양극화' 심화 … M&A 시장 열린 본격 개막

    신한EZ손보와 흥국생명의 사례난 K-ICS 체제가 보험업계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든든한 자본력을 갖췄거나, 스스로 자본을 관리할 능력이 뛰어난 우량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부실 보험사 간의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양극화는 향후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자본이 부족한 보험사는 생존을 위해 매물로 나올 수 밖에 없고, 자본력이 풍부한 금융그룹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이들을 인수하는 M&A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의 ABL생명·동양생명 인수는 M&A 시장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K-ICS 비율은 127.2%, ABL생명은 104.6%로 두 회사 모두 금융당국의 권고치 130%를 밑돌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신속하게 자본을 공급해 K-ICS 비율을 높여줄 수 있는 대주주를 선호한다"며 "K-ICS 제도 하에선 산업 전체가 거대 금융그룹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