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9만8783가구 분양 대기…잔금대출부터 6억원 한도 적용분양시장 위축 우려…"경쟁률 떨어지고 당첨을 포기할 가능성도"중동 불안에 해외수주도 위축…상빈기 116억달러 전년比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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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견본주택에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정부의 6·27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수분양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일감부족과 자금난까지 겹치며 건설업계가 ‘3중고’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에서 미분양 물량이 더 쌓이고 해외에선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세금 감면 등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입을 모은다.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규제 시행 이후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수도권 분양단지의 잔금대출은 6억원 한도 제한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수분양자들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비율로 나눠 낸다. 이번 정부의 대출규제 한도는 중도금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잔금 대출로 전환할 때 6억원까지만 가능하다. 즉 잔금대출부터 6억원 한도를 고려해야 한다.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올해 하반기 분양이 예정된 수도권 단지는 총 101곳, 9만8783가구다. 경기도가 6만5639가구(65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 2만888가구(24곳), 인천 1만2256가구(12곳) 순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28일 전에 입주모집을 공고한 서울 성동구 '오티에르포레', 영등포구 '리버센트푸르지오' 등을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이번 대출규제를 적용 받는다.문제는 최근 분양가 계속 상승세라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5월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4568만원으로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로 환산하면 15억7800만원이다. 이 경우 6억원을 대출받는다 해도 현금 9억7800만원을 조달해야 청약이 가능하다.지방에 이어 수도권 분양시장마저 먹구름이 끼면서 하반기 실적반등을 기대했던 건설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충분한 현금동원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자금계획을 다시 세우거나 아예 청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약시장이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경쟁률이 떨어지고 수도권에서 미분양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도 "이번 정부의 6.27 대책으로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분양가 높은 단지에서는 당첨을 포기하거나 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향후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미 고분양가 여파로 지방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도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2만7013가구로 전월대비 591가구(2.2%) 늘며 2013년 6월 이후 11년1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4616가구로 한달 사이 2.0% 늘었고 서울은 692가구로 7.1% 증가했다. -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여기에 해외시장에선 중동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불안한 휴전이 이어지면서 중동 수주 급감과 함께 하반기 수주 위축, 원자재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해외건설협회의 수주통계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5월까지의 한국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16억2247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목표치 500억 달러의 23.2% 수준에 불과하고 전년 동기 136억3695만 달러와 비교하면 14.8% 감소한 수치다.이처럼 해외수주가 급감한 배경에는 핵심 시장으로 평가되는 중동의 건설시장 위축이 있다. 수주액을 살펴보면 올해 5월까지 중동지역 수주액은 56억4174만달러로 전년 동기 99억8079만달러에서 43억3905만달러(43.5%) 줄었다.문제는 들어오는 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이 실질적으로 굴릴 수 있는 현금성 여윳돈이 줄어들면서 하반기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30대건설사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자체 분석한 결과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0개건설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 총액은 23조1312억원으로 전년동기 25조3168억원대비 2조1856억원(8.6%) 감소했다.기업 현금창출력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전반적으로 둔화한 양상을 나타냈다. 1분기 30대건설사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조7841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3491억원 대비 1조4349억원 줄며 적자폭이 61.1% 급증했다.반면 공사·분양미수금 등을 포함한 매출채권 규모는 26조4016억원으로 전년동기 21조5627억원대비 4조8389억원(22.4%) 증가했다.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시장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대책이 필요하다 조언했다.서진형 "중동·개도국은 발주에 정치적 신뢰가 작용한다"며 "대통령 순방, 고위급 외교와 연계된 민관 합동 수주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대출규제로 청약시장 분위기가 보다 침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난 2009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 50% 감면과 양도세 5년간 면제 혜택을 준 것과 같은 파격적인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