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공식품 물가 불안에 할인행사 등 '안정 대책' 추진 전문가 "반복적 진행될 경우 슈링크플레이션 등 풍선효과 우려"
  •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연합뉴스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 2000원' 발언 이후, 새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체감 물가 상승세는 여전하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의 핵심 사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임박해오면서 소비 진작이 되려 물가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당정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기업들을 압박해 가격 인상 자제와 할인을 유도하는 '가격 통제'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식품기업과 유통업체는 최대 50%에 이르는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추진한다. 정부는 이달 할인행사를 모니터링하면서 8월 이후에도 업계와 협의를 지속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이재명 정부의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소비 진작과 내수 안정을 위해 추경을 조기에 신속 집행하기로 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 당정협의회 후 국회 브리핑에서 "당은 식품, 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업계 등과 긴밀히 소통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 소비자 부담 경감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청했고, 정부도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당정은 지속해서 소통·협력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 민생 안정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4.6%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3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이다. 특히 초콜릿(20.4%), 김치(14.2%), 커피(12.4%)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런 상황 속 소비쿠폰까지 풀리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번진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도 비판이 잇따른다. 국민의힘은 "시중에 돈을 풀어놓고 물가를 걱정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붓고 불 끄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며 "이번 추경의 절반 가까이가 소비 쿠폰 등 일회성 소비로 정책 효과는 단기에 그치는 반면 시중에 풀린 돈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식품·유통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한 여름 휴가철 가공식품 행사 실시 등을 논의한 결과, 7~8월 중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주요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 품목은 라면, 빵, 커피·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라면의 경우 농심은 지난 3월부터 할인에 돌입했다. 봉지라면, 컵라면 등에 대해 농심은 16~43% 할인과 함께 2+1의 할인행사를, 오뚜기는 10~20% 할인에 1+1, 2+1, 3+1 등 다양한 행사를,  팔도는 10~50% 할인과 2+1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원철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면 등 몇가지 품목의 할인은 정부가 먼저 꺼내 협의한 것이고 일부는 기업들이 자체 마련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빵은 SPC에서 식빵, 호떡, 샌드위치 등을 10~50% 할인과 2+1 행사를 한다. 김치는 CJ제일제당과 대상, 사계담 등이 이달 중 자체 온라인몰과 대형마트, 홈쇼핑, 편의점 등에서 할인에 돌입한다. 아이스크림과 커피·음료 부분은 롯데웰푸드, 빙그레, 매일유업과 동서식품,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해태HTB 등이 할인과 1+1 행사로 여름 휴가철 가격 부담 완화에 나선다. 

    8월 추가 할인계획은 이달 할인 행사 이후 식품·유통업계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와 같은 인위적 가격 인하 압박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할인행사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물가가 많이 오르니 상징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바로 물가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할인행사가 이벤트성이 아닌 반복적으로 지속될 경우 기업이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게 돼 과거와 같이 가격은 유지하되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은 낮추는 '슈링크플레이션'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 주 청잭관은 "기업에 일방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며 최종가격은 기업이 결정하는 부분"이라며 "소비자 물가 완화가 필요하다는데 기업들도 공감해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