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생금융 피로감…출연 요구 전 금융권 확산총량규제에 연체율 압박…정책 부담까지 덮친 저축은행
  • ▲ 서울의 한 골목상권.ⓒ연합뉴스 제공.
    ▲ 서울의 한 골목상권.ⓒ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추진 중인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일명 '배드뱅크')의 재원 80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함께 분담하게 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상생·포용금융' 명목의 재정부담은 주로 대형 은행권이 떠안아 왔지만, 누적된 피로감과 구조적 한계 속에 정책성 금융 비용 부담이 2금융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책성 비용 부담, 은행서 전 금융권으로 확산

    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배드뱅크 소요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2차 추경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전 금융권의 출연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에는 시중은행은 물론,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대부업체 등 사실상 모든 업권이 포함된다.

    애초엔 은행권이 배드뱅크 재원을 단독으로 감당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소각 대상 채권의 상당 규모가 2금융권 보유분인 점이 고려되며 전 금융권 분담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전 금융권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침에는 그간 정책성 금융비용을 사실상 독점 부담해 온 은행권의 불만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은 이미 2023년 '상생금융 시즌1' 명목으로 2조1000억원을, 이어 '시즌2'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7000억원씩 3년간 추가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이자 장사', '돈 잔치' 프레임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아 온 만큼, 은행권 내부에서는 "더는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 인식이 분명해졌고, 이번 배드뱅크 재원을 계기로 그 부담을 2금융권으로까지 넘기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수익·건전성 위기 속 정책 부담까지 겹친 저축은행

    문제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재정여건이 악화된 상태라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컸고, 최근 시행된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제한’ 등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 속에 일부 중대형 저축은행의 신규 대출 승인액은 50~70%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수익성은 물론 연체율 관리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에게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신규 대출 축소로 인해 연체율의 분모인 총채권 잔액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 배드뱅크 출연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수익성·건전성·정책부담'이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한 형국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연내에 장기연체채권 매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체 소각 대상은 113만4000명, 금액으로는 16조40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출연금 배분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배드뱅크 설립 이후 캠코 내 조정기구를 통해 업권별·기관별 분담 기준을 조율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전 금융권 출연이 공식화된 이상, 저축은행 등도 실질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신규 대출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배드뱅크 재원까지 부담하라는 건 업계로선 적잖은 압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