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활용 열분해유 사업 각광LG화학, 연산 2만톤 당진 공장 연내 가동GS칼텍스, 여수공장 실증 진행… 공장 신설 검토기업들 투자금 부담… 수거·선별 밸류체인 개선 시급
  • ▲ LG화학 본사.ⓒLG화학
    ▲ LG화학 본사.ⓒLG화학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석유화학 업계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열분해유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그간 업계는 투자에 속도를 조절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순환경제 로드맵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고, 가장 먼저 내년을 기점으로 먹는샘물과 음료류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해 자원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고온에서 열분해해 얻는 액상 유분으로,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재생 자원이다. 기존의 소각·매립 방식과 달리 자원순환 및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어 화학적 재활용의 대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활용해 납사 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면 재활용 소재 공급을 늘리면서 순환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업계에선 처음으로 충남 당진에 연간 2만 톤 규모의 국내 첫 열분해유 공장 건설을 마치고, 연내 가동을 목표로 시운전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2022년 3100억 원을 투자해 공장 건설을 확정한 바 있다. LG화학은 열분해유 기반 친환경 소재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을 8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원료) 소싱-재생 원료(생산)-생활용품(소비)로 이어지는 리사이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폐플라스틱에 적합한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최근 발간한 ‘ESG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 약 59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시장 상황이 초기 단계인 만큼, 업계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023년 울산에 총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울산 ARC) 건설을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재는 투자에 속도를 조절하며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여수공장에서 열분해유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시장성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열분해유 공장 신설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신중한 행보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후정책 완화 기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향후 친환경 소재 수요 증가와 이재명 정부 친환경 기조에 힘입어 점차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규제개선 및 지원 등을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0년 0.1%에서 2030년 10%까지 상향시킬 것이란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23년 694억 달러에서 연평균 8.1% 성장해 2030년 1200억 달러(약 17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700억 원에서 연평균 6.9% 성장해 2027년 2조8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는 열분해유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수거와 선별 체계의 고도화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A급 폐플라스틱 확보가 제한적이어서 고품질 열분해유 확보가 쉽지 않다”며 “폐플라스틱의 생산, 폐기, 수거, 선별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다운스트림 분야가 고부가가치 친환경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 투자와 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정부가 업계와 함께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그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 창출에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