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관세 예고 … 1년~1년반 유예기간 부여미국 내 의약품 생산 늘리기 위한 전략 … 중국·인도 등 해외 공급망 겨냥미국제약협회, 제약사 등 반발 지속 … "의약품 관세 철회해야"셀트리온, 2년치 재고 확보 … 美 생산시설 보유 회사 인수 검토SK바이오팜, 미국·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기지 확보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의약품 관세 부과에 1년~1년반 가량의 유예기간를 두기로 했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달 말 세부 내용이 발표되면 본격적인 대응 전략이 나올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조만간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최대 200%까지 부과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제약사들에게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준비 기간을 줄 것"이라며 의약품 관세가 즉시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의약품 관세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트닉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과 반도체 관련 조사는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며 그 후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업계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아닌 정치적인 압박으로 해석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번 관세 부과를 예고한 뒤 방향을 바꾼 영향이다. 

    또한,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은행인 리링크 파트너스의 분석가 데이비드 라이징어(David Risinger)는 "관세가 즉시 시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의약품 관세 관련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늘리고 해외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줄이기 위함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약사 압박 및 약가 인하 정책이 추진됐지만 대부분 소송 또는 행정절차 지연으로 무산되었거나 부분적으로 시행됐다. 

    이번 의약품 관세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232조(Section 232) 조사에 착수한 지난 4월 이후 가장 중요한 발언이다. 232조 조사는 상무부 장관이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들은 이러한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반발했다. 관세가 비용을 증가시키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며, 의약품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려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정책으로 인한 여파 등으로 매출과 연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에 대해 미국제약협회(PhRMA)는 "관세에 지출되는 모든 달러는 미국의 제조업이나 환자를 위한 미래 치료제 개발에 투자할 수 없는 달러"라며 의약품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이전 성명을 반복했다. 이어 "의약품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부터 관세가 면제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등이 미국의 의약품 관세 사정권에 속해있다. 

    셀트리온 측은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별 대응 전략을 준비했다"면서 "미국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결정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내년말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단기적으로 2년분의 바이오시밀러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상시 2년분의 재고를 보유할 계획이다. 또 미국 판매 제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현지 CMO(위탁생산) 파트너와의 계약을 완료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생산시설을 보유한 회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제품명 엑스코프리)'를 판매중인 SK바이오팜도 관세 대응에 나섰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6개월분 이상의 재고를 현지에 마련했다. 또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SK바이오팜 측은 "현재 캐나다에서 세노바메이트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미국에서 곧 바로 생산할 수 있으며 관세 부과 정책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는 즉각적인 관세 대응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하기 보다는 7월 말 이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 관세율, 관세 부과 대상, 부과 시기 등의 계획을 지켜보고 각사별 대응전략을 본격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