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LNG 지분 유동화 착수…최소 6000억 확보 전망캐시카우 SK엔무브 합병 재추진 가능성 수면 위SK온 비상경영 … 상장 시한 앞두고 ‘돌파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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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적 적자 약 3조원에 달하는 SK온 ‘살리기 퍼즐’을 풀기 위해 SK가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SK이노베이션 E&S는 충남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보유 지분 매각에 착수했다. 사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지만, SK온 지원을 위한 유동성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결국 매각 카드까지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E&S는 최근 매각 주관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을 통해 보령LNG터미널 보유 지분 유동화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보령LNG터미널은 SK이노베이션 E&S와 GS에너지가 각각 지분을 50%씩 보유한 합작사다. 

    보령LNG터미널은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000억원, 전체 기업가치는 2조원 전후로 평가된다. SK는 이번 지분 유동화를 통해 최소 5000~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 E&S관계자는 "보령터미널 장기 이용 권리를 갖고 있기에 지분 유동화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LNG 사업의 안정성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속내는 복잡하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선 보령터미널 유동화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화학 부문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LNG 발전사업이 사실상 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알짜 자산을 내주고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게 과연 맞느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룹 차원에서 쉽게 손댈 수 없는 자산을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SK온 이슈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자가소비용 LNG 직수입 사업자는 수입한 LNG를 저장하고 기화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즉 저장탱크가 필수다. 도시가스사업법상 자체 탱크를 갖추거나 타인의 탱크를 임차해야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자가소비용 직수입 사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인프라다.

    보령터미널 계약 기간은 비공개지만, 계약이 만료될 경우 LNG 터미널에 대해 일정 수수료(임대료)를 지불하고 설비를 활용해 지속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지분 절반을 보유한 GS에너지는 향후 터미널 운영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LNG터미널 매각에 나서는 배경에 SK이노베이션의 사업 리밸런싱 작업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SK가스가 지난해부터 LNG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SK E&S와의 사업 분야가 겹쳐 내부 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SK가스는 이번 매각과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상장을 철회한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SK온은 1조866억원 적자를 낸 반면 SK엔무브는 6876억원 영업이익을 낸 캐시카우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를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구원투수로 활용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으나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IMM크레딧앤솔루션의 반대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30%(8592억원)를 전량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SK엔무브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21년 에코솔루션홀딩스는 오는 2026년 SK엔무브의 상장을 전제로 투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적자 폭이 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SK엔무브와의 합병 가능성도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기업공개(IPO)의지를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드러낸 바 있다. 주주총회에서 전현욱 SK온 재무지원실장은 "SK온 상장은 2028년 이전까지 마무리하고,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K온은 지난해 7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 중이다. SK온이 이러한 지원 전략에도 반등하지 못할 경우 SK그룹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통과로 올해 9월 30일을 기점으로 전기차 세액공제는 사라지게 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도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FP로 주도권을 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SK온의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양산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