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엔무브 합병비율 1:1.66… 11월 합병법인 출범사업 시너지 기대… 배터리와 윤활유 고객군 공유 효과8兆 자본확충·1.5兆 자산 효율화… 사업·재무 리밸런싱"합병법인 IPO 계획은 아직… 수익성 확대에 집중"
  • ▲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전기차 배터리)과 SK엔무브(윤활유, 액침냉각)를 합병한다. 전기차 캐즘에 따라 SK온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룹 ‘캐시카우’인 SK엔무브와의 합병으로 재무 부담을 완화, 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를 열고 SK이노, SK온, SK엔무브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고,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아울러 오는 2030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조 달성, 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유지 등 전략목표와 함께 SK이노,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의 제3자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올해 8조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사업·재무구조 양방향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EBITDA를 개선하고, 순차입금을 감축함으로써 국내 톱티어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 엔무브 IPO 중단→완전자회사 편입… 예고된 합병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화 사업 핵심인 두 기업이 합병하는 경우 재무 안정화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에서다.

    합병설은 SK이노가 최근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하고, 지분 30%를 재매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불이 붙었다. 이 같은 지분 정리를 두고 SK온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란 해석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에도 양사 합병설이 불거졌으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 측의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는 합병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양사는 시장의 예상대로 합병하게 됐다.

    SK온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화하는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나 대규모 적자와 투자 부담이 누적, SK이노의 재무건전성까지 위협하며 구원투수 투입이 불가피했다.

    올해 1분기 기준 SK온의 부채비율은 251%로, LG에너지솔루션(99.23%)과 삼성SDI(89.02%)를 크게 웃돈다. 반면 SK엔무브는 2021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 내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해오고 있다.
  • ▲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연합뉴스
    ▲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연합뉴스
    SK이노는 양사 합병에 따라 SK온이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EBITDA 8000억원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시너지는 오는 2030년 2000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로 나타날 것으로 SK이노는 내다봤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ESS 배터리 등과 SK엔무브의 기유 및 윤활유, 액침냉각, EV 공조용 냉매 등 핵심 사업영역에서 양사의 동일한 고객군 활용과 제품 교차 판매를 통한 수익증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K온은 이 같은 수익성에 기반한 안정적 성장과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오는 2030년 EBITDA를 10조원 이상 창출하고, 부채비율은 100% 미만으로 낮춘다는 전략목표를 잡았다.

    8조 자본확충에 SK이노-SK온-SKIET 총동원… 리밸런싱 박차

    SK이노는 아울러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순차입금을 크게 줄이는 선제적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SK이노 제3자 유상증자 2조원 및 영구채 발행 7000억원 ▲SK온 제3자 유증 2조원 ▲SKIET 유증 3000억원 등 5조원의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여기에 SK이노는 올 연말까지 3조원의 추가 자본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는 SK이노의 2조원 유증 관련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다수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1조6000억원의 제3자 유증에 대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한다. SK이노 역시 금융기관이 참여한 SK온 2조원 및 SKIET 3000억원 증자에 대해 PRS 계약을 체결한다. 두 회사는 이 증자금액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시에 전방위적인 자산 효율화에도 착수한다. SK이노는 올해 안에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유동화를 통해 차입금을 1조5000억원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자본확충 및 자산 효율화는 올해 SK이노 순차입금 규모를 총 9조5000억원 이상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계열사 전반에 걸쳐 지속성장을 위한 구조적 혁신의 일환으로 사업 및 재무 구조 개선을 두 축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적극 추진해 왔다. 지난해 11월 SK E&S와 합병했고, SK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하는 사업구조 리밸런싱을 단행했다.

    SK이노는 난해 EBITDA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순차입금을 6000억원 가량 줄였다. SK온은 원소재 소싱 역량 확보 등 사업 시너지와 재무 기반 강화 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SK온-SK엔무브 합병 추진으로 SK온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SK이노는 기대하고 있다.

    장용호 총괄사장은 “SK온-SK엔무브의 합병법인의 IPO는 당분간 계획에 없다”며 “수익성 확대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다. 향후 안정적 재무건정성을 확보하는 등 상황이 갖춰질 때 IPO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결집해 오는 2030년 EBITDA 20조원, 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유지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SK이노베이션으로 거듭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이익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