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발전소·보령 터미널도 지분 매각 SK온 부담에 막힌 SK이노 자산 유동화 경영권·운영권 지키고 현금은 최대한
  • ▲ SK이노베이션 보령 LNG터미널.ⓒSK이노베이션 E&S
    ▲ SK이노베이션 보령 LNG터미널.ⓒSK이노베이션 E&S
    2조 원대 적자로 재무 악화를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그룹 내 핵심 에너지 인프라 자산인 LNG 발전소와 보령 LNG터미널까지 유동화에 나섰다.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외부 자금을 적극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과 SK온 지원을 위한 사실상 ‘벼랑 끝 승부’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투자은행(IB) 등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E&S는 여주·나래 LNG 발전소 두 곳을 대상으로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거래 규모는 3조~5조 원대로 알려졌으며, 메리츠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여주·나래 LNG 발전소의 경영권과 운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은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메리츠증권이 이에 부합하는 투자 구조를 제안하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증권은 발전 자회사들에 전환우선주(CPS)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에 주가수익스와프(PRS) 형태로 각각 조단위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금리 조건도 6%대 중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발전소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뚜렷하다. LNG 사업을 그룹 에너지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으며, 발전소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기 때문이다.

    SK E&S가 보유한 발전소는 광양·파주·여주·나래 등 네 곳이다. 이 중 유동화 대상에 여주와 나래 발전소로 좁혀진 이유는 파주발전소는 2019년 이미 지분 49%를 태국 EGCO에 넘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권은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여주·나래 발전소가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권과 운영권을 확보하면서 유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광양발전소는 SK E&S 내부사업부 소속으로 구조상 매각이 어려워 후보에서 빠졌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5000억 원 규모의 보령 LNG터미널(지분 50%)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가 각각 절반씩 보유한 합작법인으로, 현재 맥쿼리·브룩필드·블랙록·IMM 등과 투자설명서를 배포했다. 4주 간 실사를 거쳐 8월 구속력 없는 논바인딩오퍼(NBO) 형태로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에너지 인프라는 발전소, 보령 LNG터미널, 해외 가스전, 재생에너지·수소, 에너지솔루션 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 자산이 매각이나 유동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SK E&S와 합병 1년 … SK온 리스크에 시너지 효과는 제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캐시카우인 SK E&S와 합병하며 ‘아시아태평양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을 목표로 출범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SK온의 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다.

    합병의 핵심 목적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캐즘에 빠진 SK온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SK그룹이 배터리를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온에 대한 지원 부담은 여전히 크다. 올 1분기 말 기준 SK온의 순차입금은 23조 원으로, SK이노베이션 연결 기준 부채의 70%를 차지한다.

    이번 자산 매각과 유동화도 결국 SK온의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이다. 당초 2026년 상장을 목표로 했던 SK온은 누적 적자와 시장 악화로 IPO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재매입 가능성도 커지면서 LNG 발전소 유동화와 보령터미널 매각이 이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3724억 원의 순손실에 이어 올해도 2조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연간 이자비용만 1조 원에 달해 재무 개선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SK는 이제 LNG와 전기를 양축으로 에너지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SK이노베이션의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과 유동화는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가 됐다. 업계는 이번 유동화 작업이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SK E&S의 LNG 사업 구조와 자산 운용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