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끝나자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공장 모두 손실 지속…中 철수설에 힘 실려1조5000억원 신사업 투자 계획도 EB에 제동
  • 태광산업이 중국 스판덱스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 섬유화학 부문 업황 부진이 수년 째 지속되며 중국법인의 자본잠식 상태가 길어지자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태광산업은 중국 장수성에 위치한 태광화섬상숙 공장 일부를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태광화섬상숙은 태광산업의 해외 스판덴스 생산 거점으로 총 3개 설비라인으로 연간 2만7000톤의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5500톤 규모의 1개 생산라인 운전이 멈추게 된다. 

    스판덱스는 탄성회복률이 높은 화학 섬유로 주로 마스크와 레깅스 등에서 쓰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대 초반에는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이후 스판덱스 수요가 급감한 데다 중국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재무구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태광산업은 중국에 두 곳의 스판덱스 생산법인을 갖고 있다. 태광화섬상숙(상숙유한공사)과 태광화섬닝샤(닝샤유한공사)로, 두 법인 모두 수년간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태광화섬상숙은 지난해말 기준 기준 자산 687억9000만원, 부채 965억4000만원으로 자본총계는 -277억50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에는 마스크 수요 급증에 힘입어 각각 32억원, 4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고 섬유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2022년 -564억원, 2023년 -397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고, 결국 2024년까지 3년 연속 순손실이 이어지며 자본잠식 규모가 불어났다. 

    태광화섬닝샤도 지난 연말 기준 자본 89억8700만원에 부채가 62억8500만원으로 당기순손실 89억원을 기록했다. 태광산업은 닝샤에 스판덱스 공장을 추가로 지으려고 했으나 중국산 공급과잉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사실상 백지화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태광산업의 중국 스판덱스 사업에 대한 전면철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전면 철수나 공장 폐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구조조정과 병행해 신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며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상태다.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화장품, 부동산 개발 등 신규 사업 진출과 기업 인수, 법인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계열사 티시스와 공동 출자로 사모펀드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애경산업 인수에 도전하고 있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 전량을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세웠으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와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 등으로 EB 발행절차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