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자율 침해" vs "필요한 행정지도" … 간담회 후폭풍대출총량·분기별 내부통제 로드맵까지 시사, 월권 비판 금융위 대신 감독권 쥐려는 고위 간부 행보도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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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14일 국내 18개 은행 이사회 의장들에게 자금중개 기능 강화와 포용금융 확대 등을 강력 주문하자 금융권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사회 고유 권한을 침해한 월권”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 이사회 의장 정례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다섯 가지 핵심 과제로 △부동산 대출 쏠림 해소를 위한 자금중개 역할 회복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대상 포용금융 강화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보완 △지배구조 선진화(CEO 승계·독립성 강화) △AI(인공지능) 도입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특히 “이자수익 중심 구조를 넘어서 생산적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라”는 메시지는 연내 개선 계획까지 요구하는 구체적 지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출총량 관리 목표나 분기별 내부통제 점검 일정까지 이사회가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과도한 개입’”이라며 “이사회는 경영 전략과 리스크 관리의 큰 틀을 설정하는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일 뿐 금감원이 직접 세부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는 건 법적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금감원 고위 간부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실을 돌며 “금융위원회 대신 금감원에게 감독 규정 개정권을 달라”는 개편안을 설명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졌다. 금융위 산하 실무기관인 금감원이 법률상 권한이 없는 감독 규정 개정까지 기획·주도하려 한다는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차상진 은행법학회 총무이사(변호사)는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 실무기관일 뿐 행정법상 고시 제정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며 “감독 규정 개정권 요구는 법률유보 원칙에 반하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정책이 급변할 때마다 ‘네거티브 규제’식 지적이 이어지자 금감원이 구체적 행정지도를 남발해 왔는데 이런 관치 금융 방식은 선진금융시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선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에도 ‘정무위·기재부·금융위 등 상급 기관과 협의 없는 독자 행보’로 시장 혼선을 빚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대출 조이기’와 상법 개정안 공개 반대 발언은 금융당국 수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협의 체계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금융위와 기재부의 침묵 속에서 ‘감독기관 내부 기강 해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