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소통형리더 맹활약…올해만 CEO 5인 수주전 현장 방문오세철 취임후 5년째 '샤이' 행보…설명회 참석 없이 물밑지원만개포우성7차 시험대…대우건설 김보현 현장 2회 방문으로 '선수'
  •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삼성물산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삼성물산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 전면에 나서고 있다. 경쟁입찰 사업장을 직접 찾아 조합원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현장 임직원 사기를 북돋으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수주전 현장을 직접 방문한 건설사 CEO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다.

    건설업계에서 CEO 현장방문은 더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이같은 소통형 CEO들의 맹활약 속에서도 여전히 '조용한 리더십'을 고수하는 이가 있다. 바로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사장)다.

    오세철 대표는 그룹내 대표 현장·해외통으로 꼽히지만 유독 주택사업에선 '샤이(shy)'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 2021년 취임후 현재까지 오 대표가 재개발·재건축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해 11월 한남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현장을 찾긴 했지만 당시는 입찰전으로 화제성이 크지 않았고 삼성물산 측에서도 딱히 홍보자료나 사진 등을 배포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선 수주현장 경우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긴 했다.

    이후 현대건설과 한남4구역 수주전이 본격화되자 오 대표 행보에도 업계 이목이 쏠렸다.

    특히 지난 1월초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취임후 첫 외부일정으로 한남4구역 합동설명회 현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오 대표의 '맞불' 가능성이 점쳐졌다.

    공사비 1조6000억원대 사업성과 업계 1·2위간 맞대결이라는 상징성, 경쟁사 수장의 현장방문 등 상황을 고려할 때 오 대표의 현장등판도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1월 오 대표 취임후 첫 경쟁입찰이었던 부산촉진2-1구역 수주전에서 포스코이앤씨에게 완패했던 탓에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업계 예상과 달리 막후 지원만 펼쳤고 결과는 삼성물산의 압승이었다. 이후 업계에선 '은둔형 고수', '조용한 강자' 등 평가가 나왔다.
  • ▲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왼쪽 3번째)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우건설
    ▲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왼쪽 3번째)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우건설
    한남4구역 수주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오 대표의 조용한 리더십은 또한번 시험대에 섰다.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에서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경쟁상대인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사장)는 벌써 2번이나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직원들 사기를 북돋았다. 입찰마감전인 지난달 13일 현장을 찾아 수주전략을 점검했고 지난 20일엔 1차 합동설명회에 깜짝 참석해 "사업 전과정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물밑지원만 펼쳐온 오 대표와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MBTI E(외향형) 리더와 I(내향형) 리더간 맞대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제 공은 오세철 대표에게 넘어갔다. 전격적인 현장 방문으로 대우건설 선전포고에 응수할지, 한남4구역 때처럼 막후지원만 펼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인 오 대표는 1985년 삼성물산 입사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두바이 등 해외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중동 지원팀장과 글로벌조달실장, 플랜트사업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1년 삼성물선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사업조건과 브랜드이지만 CEO의 적극적인 소통도 분명 플러스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3040대 젊은 조합원들은 CEO 현장스킨십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