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현대건설 안전경영 2773억 투자…3년만 2배↑대우건설 3년간 4000억대 집행…DL이앤씨도 증액삼성물산 年 260억 별도 배정…현장점검·교육 확대업계 "예산·인력 계속 늘려도 돌발사고엔 속수무책"
  • ▲ 아파트 건설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건설현장. ⓒ뉴데일리DB
    "안전관리 예산을 몇백억씩 늘려도 돌발사고는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산업재해(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고강도 제재 예고에 건설업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업계에선 "산재원인은 건설사들의 비용 절감"이라는 정부 지적과 달리 매년 수천, 수백억원을 쏟아부어도 100% 사고예방은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안전관련 투자비용을 증액하는 등 나름의 자구노력을 지속해온 건설사들은 '예비살인기업' 낙인과 정부의 퇴출경고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18일 건설업계와 각사별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따르면 10대건설사들은 그간 산재예방을 위해 안전경영 투자를 늘리거나 경영진 현장점검과 작업중지권 사용을 확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10대사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안전경영 투자규모를 공개한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4곳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안전경영 투자비용으로 2773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2021년 1349억원에서 3년만에 2배이상 증가한 액수다. 연도별 투자비용은 △2021년 1349억원 △2022년 1658억원 △2023년 2399억원 △2024년 2773억원으로 가파르게 가액됐다.

    특히 지난해 경우 별도기준 영업손실이 2155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부진을 겪으면서도 안전비용은 오히려 전년대비 늘렸다. 현장소장 등 안전보건관리자도 2023년 996명에서 1117명으로 충원하고 안전신문고도 운영중이다. 

    지난해 안전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안전관련 제안·신고는 총 1만1890건으로 월평균 998건으로 조사됐다. 직전년 850건대비 17.4% 늘어난 수치다.

    대우건설 경우 최근 3년간 안전경영에만 4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규모는 1350억원으로 2년전 1227억원대비 10.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경우 안전부문 투자액이 별도기준 영업이익인 1096억원을 웃돌았다.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예산을 안전관리에 쏟아부은 것이다.

    아울러 최고안전책임자(CSO) 현장점검을 월 4회에서 12회로 늘리는 한편 안전보건교육 수료인원도 9154명에서 1만1771명으로 확대했다.

    DL이앤씨는 안전경영투자 비용을 2021년 838억원에서 2024년 983억원으로 3년만에 17.3% 증액하고 CSO 등 경영진 및 임원 안전점검도 641회로 직전년 601회대비 늘어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직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타건설사처럼 안전투자를 꾸준히 확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 안전경영 투자비용은 2021년 449억원에서 2022년 818억원, 2023년 1189억원으로 2년만에 165% 증가했다.
  • ▲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구체적인 안전경영 비용을 공개하지 않은 건설사들도 별도예산을 편성하거나 현장점검 및 안전교육, 근로자 작업중지권 사용을 늘리는 등 산재예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부터 매년 260억원 규모 안전강화비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는 법정 안전관리비와 별개 재원으로 현장소장 재량하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비용이다.

    특히 2021년 업계최초로 작업중지권을 도입해 현장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현장근로자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환경·상황에서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다. 삼성물산의 연도별 작업중지권 사용건수는 2022년 4만4455건에서 지난해 23만6334건으로 2년만에 432% 급증했다.

    GS건설은 현장 고위험 건설장비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타워크레인과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 등에 대한 연도별 사전점검 건수는 2022년 499건에서 2023년 540건, 2024건 668건으로 2년만에 33.9% 증가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장기인 스마트건설 기술을 통한 안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360도 어라운드뷰·AI 영상인식 카메라 등 안전장비가 적용된 건설기계 장비는 2023년 260대에서 지난해 353대로 늘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안전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예산을 수백원 늘리고 안전인력을 확충해도 갑작스러운 돌발사고엔 속수무책"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원래 지병이 있던 근로자가 현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등 변수가 셀수 없이 많은데 이를 건설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그대로 '독박'을 쓰게 된다"며 "이런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정부는 '처벌'만 외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옥외작업과 근로자 고령화, 사업구조 복잡성 등 변수로 사고위험 요인이 많고 불확실성도 크다"며 "이같은 건설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관리체계와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