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지적재조사 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 연구' 발주올해까지 예산 33% 투입 … "예정 시기엔 진척도 절반 못 넘겨"지적불부합지에 따른 분쟁비용 3800억 추산 … "사회갈등 만연"5년간 9000억 배정해야 목표 달성 … "소극적 예산 따내기" 지적
  • ▲ 지적 재조사 모습 ⓒ연합뉴스
    ▲ 지적 재조사 모습 ⓒ연합뉴스
    국토를 재측량해 토지 경계를 분명히하는 '지적재조사 사업' 완료 시점이 기존 목표였던 2030년에서 최대 2045년까지 대폭 미뤄진다. 사업 지연으로 지적불부합지에 따른 사회적 분쟁 해소도 늦춰질 전망이다.

    30일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에 발주한 '지적재조사 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 연구' 결과가 올해 연말 나올 예정이다. 해당 용역 보고서에선 사업의 완료 시점을 기존 목표보다 13~15년가량 늦추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업 지연 배경엔 예산 확보를 제대로 못한 탓이 크다. 정부가 추진한 지적재조사엔 총 1조3000억원이 투입돼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3743만 필지에 대한 지적불부합지를 해소해야 하는데, 사업 완료를 5년 남겨둔 올해까지 전체 사업비는 4291억원(33%)만 투입됐다.

    이에 따라 올해 기준 지적재조사 완료 현황은 210만필지(38%)에 불과하다. 최근 연도별 사업 물량과 예산을 살펴보면 △2019년 9만필지(156억원) △2020년 22만필지(450억원) △2021년 31만필지(613억원) △2022년 33만필지(716억원) △2023년 24만필지(542억원) △2024년 21만필지(449억원) △2025년 20만필지(4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선 5년간 9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만큼 2030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단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도별 예산 투입 현황을 보면 원래 목표로 했던 2030년까지는 진척도 절반을 넘기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지적재조사 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 연구가 올해 연말 나올 전망이다. 국토부가 발주한 용역 보고서에선 예산 투입 현황을 고려해 사업의 완료 시점을 기존 목표보다 15년가량 늦추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해당 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정부는 공식적으로 최대 2045년까지 사업을 늦출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2010년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 국토의 15%가량이 지적도와 불일치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분쟁비용과 측량비용은 매년 각각 3800억원, 900억원에 달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만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지적재조사특별법'을 제정하고 2012년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LX)를 책임수행기관으로 선정해 2030년까지 지적재조사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전 국토를 정확하게 조사·측량해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겠단 취지다. 

    그러나 지적재조사 사업의 완료 시점이 기존 목표였던 2030년에서 최대 2045년까지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사업 목표 중 하나인 사회적 분쟁 해소의 지연도 불가피해졌단 지적이 나온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적재조사가 늦어질수록 토지 분쟁을 비롯한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들이 많이 발생한다"며 "측량 데이터 개선을 위한 국토부와 수행기관의 진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의 담당부처인 국토부와 책임수행기관인 국토정보공사가 예산 따내기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존재한다. 예산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로부터 매년 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선 사업의 기대 효과와 실증이 필요한데, 사업 진척도에 따른 분쟁비용 감소 효과조차 조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쟁비용 감소를 목표로 뒀다면, 목표 달성률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기재부가 지적재조사 사업을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닌 단순한 비용처리로 인식하게 한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