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로겔 진화의 중심, 조소리 코스맥스 연구원을 만나다투명하게 변하고 프린팅까지 … 진화하는 겔 마스크 기술하루 30만장 생산·90% 생분해 … 기술력과 친환경 다 잡아연구원이 매일 써보며 개발 … "진짜 ODM은 양산까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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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소리 코스맥스비티아이 PT1팀 선임연구원 ⓒ코스맥스
[만나보라]는 김보라 기자가 직접 유통업계 사람들을 만나 듣고 쓴 이야기입니다. 먹고,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 뒤에는 누군가의 기획이 있습니다. "왜 이 제품일까?", "왜 지금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 작은 궁금증의 시작에서 현장의 목소리까지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더운 여름,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체온이 내려가고 에센스는 흐르지 않으며 피부에 착 밀착되는 마스크팩이 있다. 최근 K뷰티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에서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하이드로겔 이야기다. 밀착력과 보습력이 뛰어난 하이드로겔 타입 마스크팩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린다. 하루 30만장 이상을 생산하는 평택 공장에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밤샘 가동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가장 다양하게 하이드로겔을 생산하는 조직의 중심에는 조소리 코스맥스비티아이 PT1팀 선임연구원이 있다. 8년째 신제형 개발에 몰두 중인 그를 지난 25일 코스맥스 R&I센터에서 만났다.
하이드로겔은 이름 그대로 물(Hydro)과 젤(Gel)의 합성어다. 친수성 고분자들이 가교결합을 통해 3차원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며 그 사이사이에 수분과 유효 성분을 가득 머금는다. 피부에 닿으면 체온에 반응해 겔이 부드러워지고 내부의 에센스가 피부로 서서히 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기화열 원리가 작용해 열을 흡수하고 쿨링과 진정 효과까지 유도한다.
겉보기엔 단단한 젤리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내부에 들어 있는 수분과 성분이다. 하이드로겔을 구성하는 주요 원료는 해조류 유래의 카라기난, 식물성 케로콩껌, 미생물 발효물인 잔탄검 등이다. 각각은 강도, 안정성, 점도 조절 등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조 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친수성 고분자가 3차원 네트워크를 형성해 많은 수분과 기능성 성분을 안정적으로 담고 있는 구조"라며 "이 세 가지 원료를 단순히 혼합하는 게 아니라 시너지를 고려해 배합하고 물성 유지와 안전성, 유효 성분 전달력을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 ▲ 트랜스 캡슐 마스크 제품 현황 ⓒ코스맥스
하이드로겔은 제조 공정도 녹록지 않다.
조 연구원은 "80도 이상의 고온에서 유화해야 하고 일정 시간 안에 급속 냉각으로 형태를 잡아야 한다"며 "보통 로션이나 크림은 40~60도에서 제조하지만 하이드로겔은 유효 성분과 원료들이 완전히 녹아야 해 고온에서 작업해야 하고 이후 타공·절단·포장 등 후속 공정도 고속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온에서 성분을 안정적으로 방출하며 피부에 유효 성분을 전달하려면 유동성과 겔 형상 사이의 미세한 균형이 중요하다"며 "이처럼 공정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당일 생산, 당일 소진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드로겔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조 연구원은 "겔 마스크는 생분해도 기준인 70%를 훌쩍 넘어 평균 90% 이상 분해된다"며 "사용 후에도 물, 이산화탄소, 바이오매스로 분해돼 환경에 잔류하지 않고 소각 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선 하이드로겔을 지지하는 필름과 외부 포장재는 생분해 소재로 완전히 대체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 연구원은 "포장팀과 함께 친환경 필름·용기 개발도 병행 중"이라며 "소재와 패키징이 함께 가야 진짜 친환경 제품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드로겔 마스크가 본격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건 2018년부터다. 이후 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트랜스겔이다. 피부에 닿으면 불투명한 겔이 투명하게 변하는 기술로 코스맥스가 최초 개발했다.
나아가 선보인 트랜스 캡슐 겔 마스크는 기능성 성분을 담은 겔 캡슐을 마스크에 콕콕 박아 넣은 형태다. 손으로 직접 터뜨리는 재미와 시각적인 차별성을 모두 갖춰 보는 즐거움과 사용하는 경험을 함께 만족시킨다.
브랜드 로고나 메시지를 겔 표면에 직접 프린팅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 같은 비주얼 특화 제품이 급성장 중이다.
조 연구원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화면에서 눈에 띄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디자인이 달라지면 원단도 바뀌고 그에 따라 겔과의 궁합도 일일이 테스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코스맥스 평택2공장 전경. ⓒ코스맥스
하이드로겔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조 연구원은 코스맥스만의 차별성을 생산 대응력에서 찾는다.
그는 "하이드로겔 생산 라인은 경쟁사의 4배 수준으로 대량 생산은 물론 수많은 론칭 경험 덕분에 어떤 제품이든 빠르게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서 "연구실에서 제형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산까지 연결하는 기술이 진짜 ODM의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연구부터 생산까지 직접 책임지는 태도는 그의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마스크팩을 매일 직접 사용하며 사용자 입장에서의 경험을 꼼꼼히 점검한다. 조 연구원은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극, 불편함, 밀착력 등을 체감해봐야 개선이 가능하죠"라면서 "피부가 지치거나 예민한 상태에서도 쓸 수 있어야 진짜 좋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제형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좋은 제품은 소비자의 화장대에서 완성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서 "광고하지 않아도 코스맥스 제품이 소비자 손에 닿아 있다면 그게 바로 기술력의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