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최초 북극 크루즈 선봬 눈길 … 기획만 1년효도 관광에서 경험 소비로 … 3040 고객층도 홈쇼핑 여행 이끌어비즈니스석·전문 인솔자 구성 더블 케어도 … 프리미엄 여행 상품 확대 박차
  • ▲ 이규성 롯데홈쇼핑 무형상품팀 책임 ⓒ롯데홈쇼핑
    ▲ 이규성 롯데홈쇼핑 무형상품팀 책임 ⓒ롯데홈쇼핑
    [만나보라]는 김보라 기자가 직접 유통업계 사람들을 만나 듣고 쓴 이야기입니다. 먹고,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 뒤에는 누군가의 기획이 있습니다. "왜 이 제품일까?", "왜 지금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 작은 궁금증의 시작에서 현장의 목소리까지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옵션이 많고 어르신 전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홈쇼핑 여행 상품이 최근 고급화, 프리미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부모님 효도여행 중심의 단체 관광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북극·아프리카 같은 이색 지역은 물론 미식·예술·문화 등 테마형 기획상품까지 다양해지면서 고객층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대표 사례로 롯데홈쇼핑의 북극 크루즈 상품이 주목받았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이 상품은 이규성 롯데홈쇼핑 무형상품팀 책임(MD)이 직접 기획했다.

    여행사 출신으로 프리미엄 여행 카테고리를 전담하고 있는 그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북극 크루즈 상품은 기획부터 방송까지 꼬박 1년이 걸린 프로젝트였다"며 "여행도 홈쇼핑에서 고른다는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롯데홈쇼핑과 참좋은여행이 공동 기획한 북극 크루즈 상품은 두 차례 한정 출발 일정으로 구성돼 가격은 1600만~1800만원대에 달했다. 북극이라는 지리적 거리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방송 전부터 상담 예약이 쇄도했고 방송 직후 수백 건의 문의가 몰리며 두 차례 일정이 모두 빠르게 마감됐다.

    이 책임은 "홈쇼핑은 영상을 통해 상품의 감성과 실체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북극의 장엄한 자연 풍경과 크루즈의 프리미엄 요소를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방송에서는 현지 영상뿐 아니라 객실 내부, 이동 동선, 가이드 구성까지 확인할 수 있어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상품의 흥행 배경에는 달라진 고객층도 한몫했다. 6070대 장년층뿐 아니라 40대 고객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 책임은 "과거에는 은퇴 후 시간 여유가 있는 고객이 주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3040대도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추세"라며 "이들은 프라이빗하고 목적이 분명한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여행 수요의 확대는 전반적인 여행 트렌드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예전에는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는 접근이 많았다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경험이냐를 먼저 본다"며 "방송 화면만 봐도 나도 저기 가고 싶다는 감정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중요한 시대 여행 역시 '보고 고르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 북국 크루즈 여행 상품ⓒ롯데홈쇼핑
    ▲ 북국 크루즈 여행 상품ⓒ롯데홈쇼핑
    이 같은 흐름은 상품 기획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스포츠 관람, 콘서트 투어, 미술관 프라이빗 투어 등 이색 경험을 중심으로 한 상품들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세계 4대 메이저 골프 대회 중 하나인 디오픈 챔피언십을 현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2500만원대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국가를 도는 강행군 대신 여유로운 일정도 인기 요인이다. 이 책임은 "예전에는 8박9일 동안 유럽 4~5개국을 도는 상품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한 나라를 깊이 있게 둘러보고 중간중간 휴식을 즐기는 구성이 선호된다"며 "항공은 비즈니스석, 숙소는 4~5성급 호텔, 전 일정에는 전문 인솔자가 함께하는 더블 케어 방식이 프리미엄 상품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프리미엄 여행 상품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1주일 여행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를 포함한 13일 일정의 아프리카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사파리와 헬기 투어 등 이색 체험과 왕복 비즈니스석, 16인 이하 소규모 투어로 구성되며 가격은 약 1600만원대다.

    오는 13일에는 하나투어와 협업한 또 다른 아프리카 프리미엄 상품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체 불가능한 여행지를 테마로 한 신규 상품도 곧 출시될 계획이다.

    이 책임은 "여행은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라며 "홈쇼핑이라는 플랫폼 안에서도 끊임없이 실험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전에는 홈쇼핑 여행이 보는 사람만 보는 콘텐츠였다면 이제는 방송 날짜를 1년 전부터 기다리며 여행 계획을 세우는 충성 고객도 생기고 있다"며 "프리미엄 여행은 홈쇼핑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카테고리"라고 자신했다.
  • ▲ 아프리카 여행 상품 ⓒ롯데홈쇼핑
    ▲ 아프리카 여행 상품 ⓒ롯데홈쇼핑